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 관련 법률위임 조항 신설이 굳어졌다. 끝내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은 불가역적이 되고 말았다. 행정수도 명시 문제는 보편 여론을 결집케 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이에 고개를 돌린 채 수도규정 단문만 수렴한 채 손을 털었다.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한 정권의 태도와 인식은 유감스럽다. 이런 접근법이 최선인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논리는 논리로써 법리는 법리로써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행정수도는 개헌과 수도이전이 암나사와 수나사처럼 맞물려 있는 구조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두 개념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감성적, 정서적 차원의 이입과는 다르다.

개헌과 수도이전 관련 혼란상을 정리해준 헌법재판소의 헌법 해석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착안하면 답이 보인다. 시계열을 지난 2004년 10월 21일 헌재 재판정으로 되돌려본다. 심판 조문 대상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었다. 당시 헌재는 관습헌법에 위배되고 이를 해소하는 헌법 개정 절차를 따르지 않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이고 결정문 핵심 요지를 살펴보면 매우 유용한 단서가 포착된다.

잘게 끊어서 분석하면 이렇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이전을 뜻한다. 이때 수도는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실현하며 대외적인 상징도시로 규정했다. 이런 사안을 법률제정으로 추진하려다 제동이 걸린 것이고 하려면 헌법을 개정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지 아니한 단순 법률 형태의 실현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헌법개정 없는 법률작용에 의한 수도이전의 한계성에 대한 강조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결정문 요지 후단에서는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권리 침해를 적시했다.

요약하면 수도이전은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것, 그러면서 이 절차를 건너뛰어 법률을 빌리는 방식은 국민의 중요 참정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이런 헌재 결정 예(例)에 따를 경우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개헌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수도관련 법률 위임 조항의 헌법적 자족성 부분이 아닐까 한다. 또 다른 양태의 헌법적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수도조항 한 줄 넣은 상태로 개헌이 된다고 해도 엄밀히는 그 조항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행위이지 세종시 행정수도 여망을 확인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빈약하다.

요컨대 행정수도가 명시된 조문이 들어간 가운데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과 수도규정만 놓고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질적으로 동렬일 수도 없다는 명제가 세워진다. 그렇다면 법률위임 행위는 신행정수도법 문제를 심판한 헌재 법리의 본질에 어긋나거나 헌법전(典)에서 이탈되는 것으로 보아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디테일 하나 더 지적하면 `단순 법률 실현`도 걸리는 대목이다. 상위의 헌법 조항을 보충하는 후속작용이라 해도 수도이전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맥락에서 단순 법률 작용을 경계한 헌재 법리가 극복되는 것인지도 의문점이다.

그러므로 법률 위임 형식의 수도이전은 국민투표권의 침해 논란을 비켜가지 못한다. 수도 사항을 법률로 규율하게 되면 권리행사 주체가 국회로 전환된다. 국민투표권의 권리행사가 제약받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리인인 정치권에게 직접 참정권을 빼앗기는 모순이 파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다. 이를 확대해석할 경우 위헌성내지는 헌법불합치성을 조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행정수도는 대통령 개헌안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래야 수도이전의 정책목표·가치에도 부합한다. 특히 정치(국회본원 이전)·행정의 중추 도시 지위를 온전히 획득하려면 행정수도 명문화는 협상 불가능의 영역이다. 세종시 수도 `기다림의 미학`도 좋지만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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