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창단한 리버풀FC는 축구 종가인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팀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의 명문클럽 가운데 하나이다. 리버풀FC의 홈구장인 안필드에는 실물 크기의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다. 동상은 한 남자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 환호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동상 아래에 "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누구의 동상일까? 1959년부터 74년까지 리버풀FC를 진두지휘한 빌 샹클리 감독의 동상이다.

리버풀FC가 처음부터 명문팀이었던 것은 아니다. 빌 샹클리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 리버풀은 2부 리그를 전전하는 약체 팀이었다. 샹클리 감독 부임 후 2년만에 리버풀은 2부 리그에서 우승해 1부 리그로 승격했다. 그의 재임기간 중 리버풀은 세 번의 리그 우승과 두 번의 컵 우승을 차지했다. 산업혁명기 공업도시였다가 쇠락한 리버풀 시민들은 승승장구하는 샹클리 감독의 리버풀FC 경기를 보며 자긍심을 되찾았고 샹클리 감독은 시민들의 영웅이 됐다.

2007년 8월 일본 고시엔 구장에서 펼쳐진 일본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일명 고시엔 대회 결승전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사학재단 중심의 야구 명문고가 즐비한 일본에서 2007년 고시엔 대회 우승은 시골 공립학교인 사가키타고등학교가 차지했다. 사가키타고 야구부 감독은 전문 야구인이 아닌 야구를 좋아하는 국어교사였다. 운동장은 축구부와 함께 쓰고 공부에 지장 준다며 야간 훈련도 하지 않았다. 시험 때면 일주일전부터 아예 훈련을 중단했다.

사가키타고 야구팀은 야구 입학 특기생도 전무한 평범한 방과 후 야구 클럽이었지만 2007년 쟁쟁한 야구명문 사립고를 연파하고 최고 자리에 올랐다. `꼴찌들의 반란`이라는 사가키타고팀의 우승에 사가현 주민들은 열광했다. 우승을 발판 삼아 프로진출도 꾀할 수 있었지만 2007년 기적을 일군 사가키타고 선수들은 단 한 명도 프로 무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동네스포츠에서 발아한 한국여자컬링국가대표팀이 평창올림픽 기간 전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스포츠는 물론 민주주의도 `동네`에 천착해야 한다. 동네민주주의의 축제장이 돼야 할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평호 천안아산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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