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지난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던 `대전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이 마침내 해결의 물꼬를 트면서 고진감래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 93만 4000㎡ 부지에 인공 호수공원을 조성한 뒤 5200여 가구에 달하는 공동주택을 건립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수년간 대규모 개발사업이 없었던 점에서 무엇보다 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대전의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사업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시는 지난 12일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백지화시민대책위와 갑천친수구역 조성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합의의 핵심은 인공 호수공원 조성을 재검토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펴온 시민사회단체와의 합의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그 누구보다 만세를 부르고 있는 곳은 도시공사다. 그동안 3블록 사업이 지체되면서 도시공사는 수십억 원 이상에 달하는 공사채 이자 부담을 해왔다. 이번 합의로 도시공사는 부담을 덜게됐다. 3블록 공동주택을 올 상반기 시장에 선보인다는 게 도시공사 측의 계획이다.

인공 호수공원 재검토와 함께 일부 블록에 대한 계획도 변경됐다. 민영개발로 추진하려던 1·2블록은 이번 시민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해 민·관 공동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토지 지분은 도시공사가 갖고, 시공은 민간건설사가 책임지는 형태다. 개발사업이 종료되면 도시공사가 갖고 있는 토지 비율 만큼의 이익분을 이 일대 개발사업 및 공공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5블록 역시 개발방향이 변경됐다. 당초 200가구 규모의 연립주택 형태에서 신혼부부와 청년 등을 위한 생태주거단지로 조성하기로 시민대책위와 합의했다. 4블록은 전체 물량이 모두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시는 환경부, 국토부 등과 환경보전 방안에 대한 협의를 마친 뒤 곧바로 실시계획 변경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와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상호 협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순탄한 사업 추진을 위해 양 측은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수년간 지체된 만큼 시민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진감래의 뜻처럼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 취재2부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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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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