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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단상(斷想)

2018-02-06기사 편집 2018-02-06 08: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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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것을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착잡한 불안을 동시에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인간이 이룬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신호탄으로 우선 축하해야 할 일인데, 그때 함께 바둑 대국을 시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 이른 두려움으로 설왕설래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으로 대체돼 사라질 직업 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의사가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실제 인공지능 도입이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의료이고, 이제 인공지능은 의료분야 패러다임을 뒤바꿀 핵심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지난 2012년 미국 뉴욕에 소재한 메모리얼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폐암환자 진단을 시작한 이후로 엠디앤더슨,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임상 종양 학회(ASCO)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200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의 권고안을 MD앤더슨 의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는 82.6% 였다고 한다. 이 왓슨은 국내에서도 벌써 8개 병원이 도입해 암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에는 국내에서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이용해 폐영상을 분석, 직업성 폐질환인 진폐증을 95%의 정확도로 가려낼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인공지능 의사의 등장이 현실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의사와 진료의 정확도 대결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환자 생명이 달린 의료 영역에서는 의사의 진료 경험과 감각이 여전히 제일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점차적으로 전통적인 의료의 많은 부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가 인터넷으로 인공지능 의사에 연결해서 진단 및 처방을 받고, 약조제기계로 약을 처방 받아서 치료받는 시대가 올 것이 이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인공지능이 수술로봇과 연결돼 환자를 수술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다.

한편으로는 '만약 인공지능에 의해 의사가 대체된다면 인공지능의 오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결국 인공지능의 역할은 '진료 보조수단' 이상을 넘지 못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어쨌든 인공지능이 본격화되는 시대에 의사의 역할은 크게 변하게 될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통해 의료 기술과 환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료에서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 가치 판단의 부분이 항상 존재하므로, 치료의 위험성과 환자의 여명에 따른 선택의 문제, 진단의 중요성과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상호 소통과 사회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질병은 언제나 환자의 삶과 얽혀 있다. 정확하지만 차가운 인공지능 기술을 인간 심성으로 환자의 삶에 따뜻하게 적용시키는 책임감이 의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요구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이른 예상과 어설픈 상상이 '어떤 능력이 환자가 신뢰하는 의사의 조건이 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의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섣부른 답에 앞서 '의사가 환자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의료 행태에 따라 의사는 인공지능으로 상당히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 인공지능의 능력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 이제까지의 우리의 의료현실에서 놓치고 있지만 지켜야 할 가치를 찾는 연구와 노력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박우민 대전우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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