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식탁

먹을 것이 넘치는 시대다. 불가피한 섭취라기 보다 기호와 선택에 의존한다. 한식, 중식, 양식, 분식 등 분야가 나눠져 있을 정도다.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식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인간은 식품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식량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늘 위기의 연속이었다. 또는 경배의 대상이었다.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던 순간부터 자연에 있던 여러 식품을 맛보고,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식품을 선택해 이를 집중적으로 재배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도 음식환경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냥하던 동물이 줄어들자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고 물고기가 사라지자 인공 양식을 통해 곡물 중심의 식생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백질을 보충했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누리지 못했던 풍족한 식생활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인류의 삶은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었다.

책 `사피엔스의 식탁`은 인류가 좋은 식품을 차지하기 위해 과정을 설명한다. 이 과정이 인류의 진화를 이끌고 문명사회를 만든 가장 원동력이었다는 전제하에 인류의 역사를 바꾼 9가지 식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하는 여정, 그 안에서의 식량채집을 짚어본 뒤, 1만 년 가까이 인류와 함께하면서 인류의 문명 형성에 영향을 끼친 작물, 곡물, 소금, 향신료, 기호식품까지 인류가 풍요를 누리기 위해 분투해 온 과정을 담는다. 여기에 식량 생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도 함께 커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앞으로 다가올 식량 위기의 대안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인류가 식품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으면서도 식품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호모사피엔스의 본 뜻인 `슬기로운 사람`을 빗대어 인류 스스로가 고귀한 존재라고 믿으며 동물적인 욕구를 애써 무시해온 결과라고 되짚는다. 먹거리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덕에 인류의 삶의 지금껏 유지된 만큼 음식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문명발전의 원동력이고 그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먹거리가 풍족한 시대지만 식량 위기는 언제든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를 고갈시키며 이뤄온 식량생산 혁명의 문제점은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류가 키우고 있는 식물종이나 동물종, 해양생물종은 유전적으로 일원화된데다 밀집재배 또는 사육 시스템 하에 관리되고 있어 질병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저자는 그 동안 식량을 생산에 매진하는 동안 지구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졌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현재의 식량 시스템에서 우리는 과연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현재의 풍요로운 식생활 유지를 위해 우리는 어떡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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