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헤라클레스는 목을 아무리 베어도 다시 살아나는 `히드라`를 어떻게 퇴치했을까? 멈추지 않고 계속 목을 자르고 불로 지져서였다.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2016년 6월 폐지된 `소라넷` 이용자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미국 SNS `텀블러(Tumblur)`로 옮겨갔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학교에 늦을까 발걸음을 재촉하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평범한 일상 같지만, 과거 소라넷이나 텀블러의 `지인능욕` 계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라넷 몰카가 기승을 부리던 때, 여성들은 길을 걷다가 `찰칵` 소리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던 디지털 성범죄가 진화해 가까운 지인들에게로 옮겨왔다.

지난 8일 서울 모 대학 재학생은 텀블러 지인능욕 계정에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지인들의 사진과 이름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보내며 합성사진 제작을 재촉했다. 요구사항에는 `정액을 묻힌 얼굴로 합성 해 달라`, `출산만 6번 한 육변기` 등 악질적인 성희롱 문구를 덧붙였다.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여성들은 "하루종일 뭐에 홀린 것처럼 내 사진을 찾아 다녔다"고 호소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얼굴은 가려진 채 나체만 유포 된 또 다른 피해자를 부러워 할 정도로 이름과 개인정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통위에 따르면 텀블러는 전 세계 1억 17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1초에 900여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올 만큼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성매매·음란물로 인한 시정 요구 전체 3만 200건 중 2만 2468건이 텀블러로 인한 피해였을 정도로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방통위는 텀블러측에 수사협조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허무했다. 미국법 관할의 미국 회사이며, `표현의자유`를 존중한다는 대답이었다.

이용자들은 이런 상황을 비웃듯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을 더욱 당당히 업로드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내 가족, 연인, 친구 누구든 될 수 있다. 정작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자신이 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거짓정보와 사진이 퍼져나갔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는 이미 늦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엄연한 만국 공통의 성범죄다. 경찰당국도 `헤라클레스`가 되어 표현의 자유라는 가면을 쓴 범죄자 `히드라`의 목을 끊임없이 베어내야 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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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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