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종말

국가 간 경계가 무너졌다. 무궁무진한 발전에 따른 과학기술로, 예컨대 인터넷으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전보다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지구는 점점 좁아지고 국경의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진다. 지구라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에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자본과 노동을 거래한다. 덕택에 세계화는 불가피하다고 믿기 마련이다.

반드시 과학기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를 형성하고 경제를 구성하며 세계의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사상, 제도의 발전, 쇠퇴 등 다양한 요소가 세계화를 촉진시킨다.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 주도로 태동한 세계화는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평화 유지를 위한 최선의 길로 여겨진다. 과거 국제기구나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일은 해당 국가가 가난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로 해석됐다. 군사적 위협에 자국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세계화 추세에 편승하고자 신흥국가들은 회원국에 가입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국제연합·기구들은 서서히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은 가장 먼저 탈 세계화를 외치고 있고 영국도 유럽연합 탈퇴의사를 밝힌 상태다. 1980년대 이후 생겨난 공개 자본 시장과 자유 무역 원칙들을 기본으로 한 접근 방식은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서방 세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망스러운 경제 성장률이 한 몫했다. 서방국가들 또한 더 이상 세계 발전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 역시 자국민을 향해 세계 번영의 목표들을 추구하자고 외칠 수 없게 됐고, 외치려 하지도 않는다.

파리기후연합을 탈퇴하는 등 탈 세계화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행보만 보더라도 반갑지 않는 고립주의와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계화가 이처럼 외면당하고 있는 명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저자는 세계화에 관한 역사적 사건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세계 각국의 지리, 정치, 경제 상황, 브렉시트 등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굵직한 사건과 이슈를 종합한다. 이로 인해 머지않아 세계화가 몰락하고 `자급자족 경제`의 부활로 그 동안 가라앉았던 경제·정치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을 예측한다. 세계화의 몰락이 세계 경제 질서와 번영, 평화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고찰하고 역사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예상 가능한 최악의 사태를 가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탈 세계화 바람은 아직 미풍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앞 다퉈 탈 세계화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또 현재의 세계화는 어떤 모습으로 몰락의 과정을 겪고, 정치적 이해관계, 각국의 이익에 의해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 예측한다. 세계질서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