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막 시작되던 1962년에 경복궁에서 산업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당시에는 변변한 전시컨벤션 시설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고궁에서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적으로 박람회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당시 한 언론의 사설은 이 박람회가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해외관람객이 많이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서도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숙박시설과 교통시설이 완비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공중도덕 수준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소위 MICE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전시컨벤션 산업에서 세계 최선두를 달리는 독일에 비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하겠다. 독일의 주요 도시에는 크고 작은 전시장이 건립되어 있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수많은 전문분야별 전시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전시장 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독일 하노버전시장은 실내 전시면적이 50만 평방미터에 달하며 전시장 건물만 무려 27개나 된다. 하노버 국제공항은 아우토반을 통해 전시장으로 바로 연결됨은 물론이고, 고속열차 ICE가 정차하는 기차역도 전시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차에서 내려서 바로 전시장으로 걸어 들어 갈 수 있다. 전시회가 개최되면 전시장내를 돌아다니는 셔틀버스가 운행될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차면적인데, 무려 3만3천대의 차량이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니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새로 유입된 국내외 기업의 급증으로 도시 인구가 크게 증가한 천안아산 지역은 불과 3-400명 정도가 일시에 모일 수 있는 회의 시설이 미비하여 행사 개최시 때마다 회의 장소와 주차 공간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일정규모 이상의 행사는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개최될 수밖에 없는데, 지자체가 주최하는 구인구직 채용박람회를 개최할 장소가 없어서 실내 체육시설 등을 이용하는 형편이다.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천안아산 지역에 전시컨벤션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건물용 대규모 부지확보가 쉽지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되지 못해 왔으나, 최근 KTX천안아산역을 중심으로 건립이 예정된 R&D 집적화 지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국제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천안아산역 주변은 고속열차와 고속도로망이 이미 갖추어진 교통의 허브지역이며 국제공항에서도 멀지 않아서 기존의 국내 어느 전시컨벤션 시설보다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어서 잠재적 이용 수요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지역에 소재한 여러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들의 전시장 이용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의 전시컨벤션 시설은 무역박람회 개최를 목적으로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 건립되어 왔으나, 현 시점에서는 전시장 건립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전시장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본 시설이라고 인식되어야 한다.

전시컨벤션 시설이 들어서면 다양한 전시회와 회의 등이 연중 개최됨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숙박, 관광, 상업, 문화 등의 전시회 관련 부대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전시 및 회의 주최자와 기획자, 장치업체, 통역 등 용역업체, 숙박 및 요식업체 등의 유입으로 인하여 고용증대 효과도 매우 크다.

또한 전시컨벤션 시설을 보유한 지역의 국제화에 기여하게 된다. 국제전시장이 지역의 글로벌화를 위한 상징적 공공건물로 자리하게 되고 외국인들을 위한 특급호텔의 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는 특색 있는 전시회와 회의를 개최하게 되면 국제사회에 지역을 널리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넉넉한 주차시설을 갖춘 공간에서 개최되는 각종 경제산업 전시회는 물론이고 문화, 관광, 교육, 예술 등의 행사를 지역 주민들도 여유 있게 관람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전국 어디 가더라도 전시장에 아기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유아용품 박람회를 구경하는 젊은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윤수 충남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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