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기억합니다. 위정자와 지도자는 망각을 유도합니다. 진정으로 기억하려 한다면 안전해 질겁니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 달서구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중앙로역 화재참사 14주기 추모식에서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한 말이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한 지적장애인의 방화로 일어났다. 이 사고로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 151명의 부상자라는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구 화재는 15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사고를 잊지 못하고, 생존자들은 대부분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시와 지하철 참사 피해자단체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참사 발생 13년만인 지난 2016년 9월 희생자 추모사업, 재난피해자 트라우마 치료 등을 하고 있고, 중앙로역에는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도 조성돼 있다. 추모식도 매년 거행되고 있다.

지하철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14년만인 2017년 12월 21일에도 29명의 목숨을 뺏아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합동분향소가 운영되면서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붙여진 포스트잇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난 고인들을 추모하는 글이 빼곡하다. 고인들의 딸, 아들, 며느리, 사위, 손자·손녀 등 유족의 애틋한 글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어머니를 여읜 딸이 남긴 `엄마, 보고 싶어`를 비롯해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나는 엄마 딸로 살아서 정말 행복했어. 다시 만나 사랑해`라며 애타는 그리움이 녹아든 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게 한다.

제천화재는 아직도 수사가 진행중이고, 소방당국의 징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하루하루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다. 이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은,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처럼 연례적인 추모식과 함께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조금이나마 이들을 외롭게 하는 일일 것이다. 혼자 맞는 기쁨보다 같이 맞는 슬픔이 한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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