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중 한명이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남미에서는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국경을 넘는 것이 너무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멀게는 유럽에서도, 가깝게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경을 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남한은 `섬나라`다. 삼면이 바다고, 북쪽은 휴전선으로 막혀있다. 이웃나라로는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물론,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는 아니다)이 있지만, 이들 나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바다를 건너야 한다. 우리에게 `다른 나라들`은 무의식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나라들`로 각인되어 있으며, 국경은 커다란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통일의 당위성은, 민족사적 측면(민족상잔과 분단은 외세에 의해 됨), 인도적 측면(이산가족의 한), 경제적 측면(통일 이후 40년이 지난 통일한국 GDP는 일본, 독일, 프랑스 추월) 등 여러 가지를 들 수가 있겠으나,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으로 `상상력(imagination)`을 얘기하고 싶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 청년들은 이 섬나라 안에서의 팍팍한 삶만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처럼, 발해의 대조영처럼 `상상의 지평`을 유라시아로 설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참혹한 한국전쟁과 70년이 넘는 분단 동안 생긴 레드 콤플렉스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학문·예술에서의 자유로운 창작을 억압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 민족의 우수한 인문학과 과학적 자질은 프로파간다와 국방과학 분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꿈꾸고 있나. 나는 가끔 수업시간에 청년들에게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면서 절반 정도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의 지리적,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상상력을 긍정적 방향으로 크게 확장시킬 것이다. 또한 세계사적으로도 마지막 냉전을 종결 지으며 평화를 확산시키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적 차원에서는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진취적 생각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주위의 강대국들이 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에, 통일은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통일은 누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 구성원들이 간절히 바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독일의 통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서독 주민들이 통일하자고 외치자,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4강은 그 통일을 막을 수 없었고, 통독은 유럽의 강자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통일을 소극적으로 기다리거나 방관하지 말고, 나의 문제로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통일을 만들어 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대전시 차원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광역지자체 중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 실적이 한건도 없는 경우는 대전과 충남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따른 `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2016년 9월 출범했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2020년까지 50억 원을 목표로 하여 작년까지 20억 원을 조성하였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대전시의 남북교류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서 우리 민족의 상상의 지평을 유라시아로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정지웅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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