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구매 열풍인 `광기`는 단순한 비합리성이나 무지보다 더 무섭다. 인류 역사에서 나타나는 광기의 역사를 방대하게 조사한 찰스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는 경기팽창 국면에서 자주 광기가 나타났고, 이것은 예외 없이 시장의 패닉과 붕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광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 열풍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해 200만 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고, 심지어 중고등학생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초 비트코인 가격이 120만원에서 이달 초는 2000만원 이상으로 상승했으며, 지난 1일 거래액도 6조원을 넘어서 코스피시장 거래액을 크게 앞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는 정말로 광기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러한 비트코인 광풍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은 비트코인이 앞으로 세계화폐로 기능하게 될 새로운 암호화폐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블록체인을 통한 투명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금융자산이라 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과연 새로운 화폐로서 또는 금융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개발품일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을 파산으로 이끌었던 과거 160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뿌리와 같은 것일까.

먼저, 비트코인은 화폐로 기능하기에는 최소한의 적절한 조건마저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한 사회의 거래와 지불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가치가 실물로든 법적으로든 보장돼야 한다. 과거 금은 그 실물로서, 현재 중앙은행권은 법으로 가치가 보장되고 있다. 또한 화폐가 되려면 그 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정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가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누가 보장하고, 또 그 가치를 누가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비트코인은 그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고, 가치를 보장해줄 기구도 없기 때문에 적정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보듯이 그 가치가 매일 큰 변동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주일 동안 1000만원의 가격하락도 있었다. 오늘 받은, 또는 지불한 비트코인 가격이 내일 크게 하락하거나 상승한다면, 누가 그것을 오늘 판매대금 또는 지불수단으로 받고 또 사용하려 하겠는가.

비트코인은 또한 금융자산으로서 기능하는데도 문제가 많다.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가 공개되고 상호감시를 통한 장부의 투명성이 보장된다고는 하나,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채권과도 다르다. 부동산이나 금처럼 실체가 있는 실물자산과도 또 다르다. 주식이나 채권은 그 자체가 미래의 소득에 대한 청구권이다. 따라서 그 금융자산을 발행한 주체의 미래 예상이윤 변화에 따라 가격이 변화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것의 발행이 단순한 암호체계에 기초할 뿐 소득을 낳는 경제활동에 기초해 있지 않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앵커로서 작동할 자신의 적정가격을 갖고 있지 않고, 단순히 투기적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널뛰기를 거듭할 뿐이다. 스티글리츠(Stiglitz)가 말하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를 기초로 가격이 상승`하는 `거품`을 형성하기 쉬워, 투기의 대상이 되기에 딱 알맞은 것이 바로 비트코인인 것이다.

비트코인이 4차 산업혁명을 발전시키고 세계화폐로 기능할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화폐는 가상이나 네트워크의 약속이 아니라 제도와 권력의 인정물이다. 자산도 가격상승에서만 효용가치를 갖는 환상이 아니라, 현재의 실물이나 미래 소득에 대한 청구권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도, 자산으로서도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단순한 암호체계에 불과하다.

한때 돌덩이나 조개가 화폐로 사용됐듯이, 비트코인도 일정 지역 또는 그룹 간에 화폐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자산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욕망만이 기초가 되는 투기 열풍의 광기는 결국 거품의 붕괴로 끝나고 말 것이다. 튤립 뿌리에 투자한 사람은 나중에 꽃이라도 보면서, 내가 사랑한 것은 돈이 아니라 꽃이었노라고 위안을 삼을 수라도 있었을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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