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신비

연금술은 자연 철학의 한 분야로서도, 종교적 운동으로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에 이뤄진 원형의 발견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다.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1961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책 `융합의 신비`는 그가 81세에 마무리한 유작이기도 하다. 책은 분석 심리학의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아울러 그의 관심사였던 연금술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연금술은 흔히 다른 금속으로 금을 만드는 방법에 천착한 사이비 과학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또는 화학의 선구 역할을 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칼 융은 연금술을 연금술사 본인의 심리학적 변형을 추구한 영적 기술이라고 해석한다.

칼 융이 신비의 세계로 눈을 돌렸을 때, 가장 먼저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영지주의(Gnosticism)였다. 영지주의는 유대교 전통보다 희랍 사상의 관점에서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한 자들이었다. 영과 정신은 선하고 육과 물질은 악하다는 극단적 이원론을 펼쳤다. 구약의 창조주인 하나님을 물질을 만든 저급한 신으로 본 것이다.

영지주의에 대한 관심은 칼 융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1700-1800년 역사를 지닌 고대 영지주의의 신화와 칼 융의 시대를 이어준 것은 바로 연금술이었다.

연금술사들은 탐구 정신에 강하게 자극을 받은 사람들임에도 현대인에 비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연금술사들은 온갖 공상과 꿈을 물질로 투사하게 됐다. 화학작용, 물질을 이미지로 이용해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금술을 하나의 거대한 집단적인 꿈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영지주의, 연금술, 무의식의 심리학은 하나의 물줄기로 흐른다.

정신분석학의 거장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로 알려져 있다. 칼 융은 프로이트와 정신분석 확장에 힘쓰다가 서로 견해가 맞지 않아 분석심리학을 개척했다고 한다. 독창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칼 융의 분석심리학.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분석심리학의 궤도는 심리학계의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의 객관적인 정신해부는 심리학에 대한 궁금증을 이끈다. 김대욱 기자

칼 구스타푸 융 지음/김세영·정명진 옮김/부글/6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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