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피케티
`21세기 자본`의 영문판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진원지가 된 하버드대학 출판부는 한 차례 열풍이 지난 지금, 피케티 이후의 세계를 전방위로 조망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피케티 이후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공적 토론, 경제정책, 공평한 성장에 대한 담론들을 한 권에 담아 그가 예측한 불편한 시나리오와 현실을 비교·검증해보기로 한 것이다. `애프터 피케티`는 무려 25명의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이러한 주제의식 아래 각자의 영역에서 논의를 펼쳐 보인 야심찬 성과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서를 비롯한 각 분야 최고의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피케티가 논의의 최전선에 던져놓은 화두를 탐구하며 질문들과 씨름한다.
이러한 의도로 시작된 이 책은 `피케티는 옳은가`, `우리가 신경써야 할 만큼 불평등이 중요한가`, `결론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까지의 과정을 거쳐 완결됐다. 피케티의 중심 논지는 오늘날의 세상이 만들어진 원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50년, 그리고 그 후의 모습이 어떨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피케티가 앞으로 겪게 될 몇 몇의 고통스러운 결과에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면, 우리는 우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의제를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들의 시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부에선 피케티 현상을 다룬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 번역자인 아서 골드해머가 책이 이례적 성공을 거둔 이유를 논평하고, 출간 후 3년간의 세상의 환대와 반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2부는 이론적 점검으로,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의 개념을 놓고 그 의미와 이론 구조를 따라가며 각 영역별 옳고 그름을 따져본다. 3부는 자본의 고르지 못한 분배가 야기할 수 있는 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을 조사한다. 본격적으로 불평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4부는 피케티 논지에 대한 다양한 반론을 다루는 한편 경제 부문에서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정치적·법률적 장치들을 분석해 나간다.
5부는 이 모든 비평의 시작인 피케티가 이제까지의 문제제기 및 주장과 비평에 대해 해명과 답변, 보충설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이 시대 지성들의 답변이 총망라 돼 있는 이 책은 일반대중과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참고문헌이 될 것이다. 또 진정한 비평이 무엇인지, 한 저자의 논리를 어떻게 대하고 비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범이기도 하다. 박영문 기자
토마 피케티 외 25인 지음·유엔제이 옮김/ 율리시즈/ 7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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