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피케티

경제학계의 `록 스타`로 불리는 토마 피케티는 경제학적으로는 어쩌면 새로울 것 없는 `불평등`이라는 주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등장 이후 학계는 찬성과 반론으로 시끌벅적했고, 불평등의 심화 추세와 맞물려 일반 대중까지도 두꺼운 경제서를 필독서로 여기게 됐다. 그리고 3년 여가 지난 지금, 여전히 피케티는 검증 대상에 올라 있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진원지가 된 하버드대학 출판부는 한 차례 열풍이 지난 지금, 피케티 이후의 세계를 전방위로 조망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피케티 이후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공적 토론, 경제정책, 공평한 성장에 대한 담론들을 한 권에 담아 그가 예측한 불편한 시나리오와 현실을 비교·검증해보기로 한 것이다. `애프터 피케티`는 무려 25명의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이러한 주제의식 아래 각자의 영역에서 논의를 펼쳐 보인 야심찬 성과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서를 비롯한 각 분야 최고의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피케티가 논의의 최전선에 던져놓은 화두를 탐구하며 질문들과 씨름한다.

이러한 의도로 시작된 이 책은 `피케티는 옳은가`, `우리가 신경써야 할 만큼 불평등이 중요한가`, `결론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까지의 과정을 거쳐 완결됐다. 피케티의 중심 논지는 오늘날의 세상이 만들어진 원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50년, 그리고 그 후의 모습이 어떨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피케티가 앞으로 겪게 될 몇 몇의 고통스러운 결과에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면, 우리는 우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의제를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들의 시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부에선 피케티 현상을 다룬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 번역자인 아서 골드해머가 책이 이례적 성공을 거둔 이유를 논평하고, 출간 후 3년간의 세상의 환대와 반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2부는 이론적 점검으로,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의 개념을 놓고 그 의미와 이론 구조를 따라가며 각 영역별 옳고 그름을 따져본다. 3부는 자본의 고르지 못한 분배가 야기할 수 있는 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을 조사한다. 본격적으로 불평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4부는 피케티 논지에 대한 다양한 반론을 다루는 한편 경제 부문에서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정치적·법률적 장치들을 분석해 나간다.

5부는 이 모든 비평의 시작인 피케티가 이제까지의 문제제기 및 주장과 비평에 대해 해명과 답변, 보충설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이 시대 지성들의 답변이 총망라 돼 있는 이 책은 일반대중과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참고문헌이 될 것이다. 또 진정한 비평이 무엇인지, 한 저자의 논리를 어떻게 대하고 비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범이기도 하다. 박영문 기자

토마 피케티 외 25인 지음·유엔제이 옮김/ 율리시즈/ 7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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