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보복운전`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일어나는 보복운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운전자는 자동차 종류에 따른 비교심리와 운전자의 성별에 따른 비교심리가 공존하게 된다. 자신의 자동차가 경차인데 끼어드는 자동차는 중형차라면 상대방이 무시했다는 감정이 크게 생기게 되고, 반대로 자신의 자동차가 중형차 일 때는 우월감이 형성된다. 자기 마음처럼 소통하지 못하고 회사나 사회관계 속에서 가장 힘든 인간관계와는 달리 운전대를 잡는 순간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심리를 가진다.

자동차 안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자동차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를 보는 것은 방관자적인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람도 소리도 차단돼 있기 때문에 속도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축구경기를 TV화면으로 보면서 잔디와 바람 그리고 공을 직접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감독처럼 말하고 불만불평을 선수들이 마구 내뱉는 것과 같은 효과다. 선수 입장에서 실제로 같이 뛰고 달리면 숨이 차서 말도 못한다. 이것처럼 운전도 상대방 운전속도와 바람 그리고 도로 상태를 자신이 직접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원리와 프레임 그리고 바퀴가 대신 느끼기 때문에 운전 자체에 대해 우월감 심리를 가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다른 자동차가 끼어들거나 양보하지 않고 큰 소리의 경적을 듣게 되면 분노를 터트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에서는 대인관계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경적이나 깜빡이와 같은 비언어적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때는 소통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그 결과 운전자들의 소통에 문제와 오해가 생겨서 보복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경차와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실험을 했으며 실험방법은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선 후, 파란불로 바뀐 후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 경차와 고급 승용차 뒤에선 자동차들이 각각 몇 초 만에 경적을 울릴 것인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12번이나 반복된 이 실험에서 경차 뒤에 선 자동차들은 단 1초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고급 승용차 뒤에 선 자동차들은 21초나 지나서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작은 자동차에 탄 운전자를 자동차와 동일시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억누르고 있던 무의식의 분노를 경적을 통해서 그대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자동차를 통해 분노를 자주 드러내다보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운전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평상시에 방어운전을 습관화해야 한다. 방어운전은 운전자들이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운전 노하우로 끊임없는 안전 확인과 위험상태를 예견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정확한 방어수단을 갖춘다. 감정 없는 자동차 소통을 넘어서 마음으로 배려하는 운전법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보복운전의 가장 큰 원인이 차로변경으로 인한 시비인 만큼 차로 변경에 앞서 주변 차량에 자신이 어느 차로로 변경할지 방향지시등을 켜고 안전하게 차로를 변경하며, 자동차 경적은 그 소리가 매우 크고 날카롭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소음으로 들리기 쉽고 짜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사용을 자제한다. 상향등은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고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시야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제 보복운전은 단순한 교통 법규 위반 행위가 아닌 폭력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2016년 특별단속기간 내 하루 평균 8건에 달하는 보복운전이 적발됐으며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보복운전 수준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보복운전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고 교육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선진 교통문화 의식과 예절을 많은 운전자들이 준수 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보복운전은 감소하면서 발생하지 않을 것을 기대해 본다. 김명수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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