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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국민건강권과 의료보장을 넘어 복지국가로

2017-11-07기사 편집 2017-11-07 16: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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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국민건강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고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함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2000년 7월 전 국민이 하나의 보험자로 통합 일원화된 이후 50%에 불과했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2015년 현재 63.4%까지 높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보장률 81%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제안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5년 이내에 보장률은 70%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 동안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높아졌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 행복수준은 크게 추락했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생긴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였다.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IMF가 요구했던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수용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제도화됐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큰 시장과 역할이 작은 정부가 탄생했다. 그 기간 동안 심화된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는 결국 일자리의 양극화로 귀결되어 보편적 복지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 대신에 선별적 복지로 땜질식 문제 해결을 추구했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복지를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 극빈자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격차사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20년 동안 헌법상의 권리인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은 충분히 인정됐다. 국민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규제완화와 감세가 적용된 '보다 자유로운 시장'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온 지난 20년 동안 자살률은 3배나 늘어났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가져가는 나라는 주요 국가들 중 미국과 우리나라밖에 없고 자산의 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리고 그런 불평등을 초래한 원인이 참여자의 노력 부족인 경우도 있겠지만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더 결정적인 승패의 요인은 '행운'이었다.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 성공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인데, 이게 바로 '금수저-흙수저론'이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만 행운인 건 아니다. 우수한 두뇌를 타고났거나 탁월한 신체적 조건이나 외모를 타고난 경우도 엄청난 행운이다. 정반대의 경우는 불운이다. 그리고 다수의 보통사람들은 행운과 불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그런 천부적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인간 사회의 '다양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서로 다르다'는 의미의 다양성이 불평등이라는 이름의 경제사회적 서열화와 구조적 차별로 이어지는 사회에서는 행복추구권이 보통사람들의 실질적인 행복 추구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대한 '복지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자리간 임금격차와 복지격차를 줄여야 한다. 최저임금을 중위소득의 60% 수준까지 올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을 현재의 10%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0%로 높여야 한다. 그럴 때라야 사회경제적 행운과 천부적 행운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보통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복지국가'가 가능하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불운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 불행은 거부해야 한다. 행운·불운의 여부를 떠나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교수의 말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행복추구권이 아니라 행복할 권리(행복권)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해야 할 주체는 바로 국가이며, 이것을 가장 잘 하는 국가가 바로 '복지국가'이다. 최근 이런 복지국가의 국민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보통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이 분출되고 있고, 이 과정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유미선 충남대학교병원 약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본 칼럼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의 합의 하에 관련 자료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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