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7326억 원… 농업보다 유통사업 너무 치중 부작용 우려

농협이 유통사업에 치중하면서 농협의 당초 역할과 기능이 약해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20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농협의 유통사업이 국내 굴지의 대형 유통점보다 많은 매출을 올려 농민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농협이 지난해 유통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1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의 작년 매출액 8조 5080억 원, 홈플러스 6조 6067억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또한 2016년 농식품부 예산액 14조 2883억 원에 육박해, 농협의 유통사업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구분별로는 지역 농·축협 마트를 통한 매출이 8조 701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유통계열사별로는 △하나로유통 3조 1448억 원 △농협유통 1조 3542억 원 △충북유통 2092억 원 △부산·경남유통 1804억 원 △대전유통 1523억 원 순이다.

연도별로는 2013년 9조 4010억 원, 2014년 9조 7916억 원이던 매출이 2015년 12조 8757억 원으로 크게 증가한데 이어 2016년에는 13조 7426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수입농산물 판매·수입산 제품 확대 등의 문제로 국정감사를 통해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 농산물 판매를 장려해야 할 농협이 오히려 유통사업 확장에만 치중해 이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작년 2월 발표에 따르면 하나로마트는 납품업체에게 최대 55.0%의 마진률을 적용하는 등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농협 하나로마트는 타 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전국 2216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일정 비율 이상의 농수산물 판매를 조건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에서 제외되고 있다. 때문에 농협의 유통사업이 오히려 지역 상권 및 재래시장을 죽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하는 농협이 유통사업에만 치중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면서 "농협은 농민들을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상기해, 유통사업 역시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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