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공부

귀농, 귀촌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도시로 향했던 발길이 변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삶에 지친 이들은 도시를 뒤로 한 채 시골로 향한다. 물론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기도, 가정에서 상자, 화분을 이용해 소소한 텃밭을 일구기도 한다.

농사를 지어 이윤을 남기는 전업농부와 달리 텃밭농부는 자가 소비, 이웃 나눔을 목표로 한다. 수익에 주목을 두기 보다 노동과 여가를 동시에 즐긴다. 밥상 위 먹거리가 넘치고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주차공간을 쓸 면적을 일부를 텃밭 부지로 조성한 대구 침산동 화성 2차 아파트, 서울시 도봉노인복지관이 시행하는 `꿈에 Green(그린) 텃밭 이야기, 대구 수성구청이 운영하는 장애인 행복텃밭 등이 이를 증명한다.

책 `소농의 공부`는 자가 소비, 이웃 나눔을 목표로 농사를 짓는 텃밭농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직접 벌레를 잡고 천연농약을 만들며 자연이 주는 만큼 수확한다. 농사 자체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현대자본주의의 편의성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불편을 생활로 끌어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 사람살이의 가치와 미덕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현대의 식문화를 꼬집으며 질문을 던진다. 계절에 관계 없이 먹고 싶은 채소, 과일을 먹기보다 대신 그 무렵 재배되는 과일이나 채소를 자주 먹으면 어떨까. 또 A4용지 한 장 크기 공간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모이를 먹고 평생 알을 낳는 닭, 기계화장비가 공급하는 물과 사료를 먹으며 살을 찌운 소와 돼지를 먹기 위해 인간은 어떤 일을 자처하고 있나.

저자는 텃밭농사에 뛰어든 이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할 수 있으되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음도 알게 됐다고 곁들인다. 그 속에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가 공존하는 세상을 보게 된다고 강조한다. 김대욱 기자

조두진 지음·유유·244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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