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야사

순대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순대 한 접시는 군침을 돌게 만든다. 깊게 우려낸 국물에 순대를 넣어 밥까지 말아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가격은 어떤가. 1000원짜리 지폐 몇 장이면 맛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전통시장도 떠오른다. 하지만 순대가 본래 반가(班家)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면 믿겨질까. 돼지의 창자를 사용하지 않고 개의 창자로 요리를 했다면 받아들여질까.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단순히 재료, 조리법 외에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 나아가서는 역사가 담겨 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파는 `컵밥`에 수험생들의 애환이 배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역사책에 적혀 있지 않은 음식과 관련된 뒷 얘기들은 시대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책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야사`는 이처럼 조선시대 전통음식의 뒷얘기를 담았다. 야사이지만 단순한 흥미 위주 내용이 아닌 조선 정치사와 생활사, 시대상, 향토사, 신분 등 폭넓은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다시 순대로 돌아가보자. 순대의 기원은 6세기 중엽 남북조 시대 북위 고양 태수 가사협이 편찬한 `제민요술(齊民要術)`의 양반장도(羊盤腸搗)에는 `양의 대장을 꺼내 양고기를 대나무 대롱처럼 썰고 여기에 갖은 양념을 한 뒤 대장 속에 넣어 구워먹으면 맛이 있다`라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 순대가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나 조선시대에 순대를 소개한 책은 `음식디미방`이다. 개를 이용해 순대를 만든 탓에 첫 이름은 `개쟝(犬腸)`이었다. 음식디미방은 정부인 안동 장씨가 썼다. 개쟝을 비롯해 쇠창자찜, 우장증방, 도야지 순대는 반가에서 만들어 먹던 고급음식이었다.

책은 마치 조선에서 그 시대 사람들과 마주 앉아 듣는 느낌으로 조선의 음식 야사를 설명한다. 흥미 있는 야사는 역사지식을 전달하고 음식에 대한 맛깔스런 표현은 배까지 든든해지는 듯하다. 정치, 생활사, 시대상, 향토사, 신분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시대의 모습을 담았다. 현직 역사교사인 저자 또한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가며 음식문화사에 풍미를 더했다. 각 음식과 관련된 야사를 소개하고 난 후에는 보다 상세한 역사적 사실을 풀어낸 `더 맛있는 읽을 거리`는 조선사 지식을 틈틈이 챙길 수 있다.

조선사 내 음식사가 대단한 지식은 아닐 것이다. 단 음식 속에 담긴 역사를 훑다 보면 어느 새 음식과 역사를 동시에 떠올리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음식의 역사, 역사의 음식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김대욱 기자

송영심 지음·팜파스·304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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