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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변곡점엔 커피가 있었다

2017-09-21기사 편집 2017-09-21 1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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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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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예멘은 오래도록 경쟁을 벌였다. 이는 아프리카냐 아라비아반도냐, 그리스도 국가냐 이슬람 국가냐의 자존심이 걸린 논쟁이기도 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했지만, 최초로 재배한 곳은 예멘이다'라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역사가 반드시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책에서 말하는 인문학의 목적은 먼저 커피에 대한 교양과 상식의 전달이고, 그 다음은 커피를 이야기할 때 달아오르는 기쁨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이야기 소재의 제공이다. 마지막은 독자로 하여금 매사 자신의 삶을 비춰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커피를 이야기하지만, 구절구절 우리 인간의 삶이 비춰지도록 노력한다. 커피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에서는 커피가 예멘, 에티오피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터키, 네덜란드, 미국 등을 거치면서 일으킨 풍파를 추적한다. 카페인을 통해 인류를 각성시키면서 벌어진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오스트리아 빈 전투 등이 그것이다.

제2장에서는 한국의 커피 역사를 살펴본다. 누군가의 뇌리에는 진하게 박혀 있을 일제 식민사관을 뒤집으려 애쓴다. 또 제3장은 문화와 함께 해온 커피를 조명한다. 제4장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 콜롬비아 커피 등 산지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커피의 기원에는 칼디의 전설, 셰이크 오마르의 전설, 마호메트의 전설, 에티오피아 기원설 등 4가지 설이 있다. 이 중에서 에티오피아 기원설은 인류의 기원을 아프리카로 보는 관점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는 구전인 탓에 생명력을 지니기에는 부족해 파급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진실은 세월이 드러내주는 법이다. DNA 분석을 통해 커피나무의 기원이 에티오피아 고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티오피아 고원에서는 재래종 커피나무가 속속 발견된다.

또 커피는 프랑스에서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각성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카페는 민중의 혁명 의식을 고취한 아지트로 프랑스혁명을 이끌어냈다. 프랑스 최초의 '카페 르 프로코프'는 프랑스혁명의 지적 기원으로 꼽히는 '백과전서'가 공동 편집장 드니 디드로와 장 르 롱 달랑베르에 의해 처음 기획된 장소이다. 이후 26년 동안 백과전서가 완간될 때까지 계몽사상가들의 아지트로 활용됐다.

또 악성(樂聖) 베토벤은 오전에 작품 쓰기를 좋아했는데, 모닝 커피용으로 원두 60 알을 골라낸 뒤 추출하게 했다. 그래서 커피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라고도 불린다. 바흐, 베토벤과 함께 독일 음악의 '3B'로 불리는 브람스는 자신이 마실 커피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추출해 마셨다고 한다.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는 게 아니라 추구하는 향미가 분명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태도에서 이들은 이미 향미를 평가하고 묘사하는 전문가인 '커피 테이스터'의 면모를 갖춘 게 아닐까. 이책을 읽는 독자들은 맛과 향뿐만 아니라 향미만큼 풍성한 이야기를 피워내는 '신이 빚어낸 음료' 커피의 매력을 충분히 깨닫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박영순 지음·유사랑 그림/ 인물과사상사/ 368쪽/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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