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경제는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의 빠른 성장과는 달리 부진한 성장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198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의 10년마다 3.2%, 2.8%, 1.6%로 감소해 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이들 국가의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5.2%, 3.5%인 것에 비하면 그동안 성장이 얼마나 부진해졌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이 부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기에 OECD 주요 회원국의 실물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그리고 노동생산성은 증가하지 못했으며,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 역시 크게 감소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경제의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시장자율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화하는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이러한 현상을 낳은 이유에 대한 여러 설명 중 하나는 성장체제와 경제정책 간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실증적 분석들은 OECD의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임금 몫이 상승할 때 투자도, 성장도 증가하는 임금주도형 성장체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들에서 1980년대 이후 취한 정책은 대부분 임금 몫을 감소시키고 대신 이윤 몫을 증가시키는 정책들이었다.

영국에서는 △정부규제 완화와 민영화 △재정과 통화 긴축 △노동시장 유연화 △노조세력 약화 등의 정책들이 취해졌으며, 미국에서도 △감세 △파업억제 △임금통제 △작업규칙 강화 △재정·통화 긴축 등의 정책들이 취해졌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전의 국가규제와 노사타협이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트려 투자와 성장을 부진하게 만든다는 인식하에 전개된 것들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자유화도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금융혁신과 함께 경제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자본시장 발전과 기관투자가 세력 확대는 기업경영을 금융적 수익 원리에 따르도록 강제해,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증대에 부합하는 경영목표를 추구하게 했다.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성장을 위한 장기 투자 대신, 비용 감축을 위한 합리화 투자를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런 정책들은 결국 기업의 이윤 몫이나 금융투자자들의 금융소득 몫을 증가시키고 대신 노동자의 임금 몫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OECD 주요 회원국에서의 1980년대 이후 임금소득 분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임금소득의 증가가 투자와 성장을 이끌어가는 임금주도 성장체제와는 전혀 정 반대되는 정책들이 추진된 것이다. 이것이 지난 30여 년간 주요 선진국에서 발전돼 왔던 `신자유주의 경제`의 모습이다.

시장자율과 금융지배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어떻게 투자와 성장을 부진하게 만들어 왔는가. 임금주도 성장체제는 노동자의 소비성향이 금융투자자의 소비성향보다 더 높으며, 기업의 투자가 이윤보다는 판매액과 그 결과 나타나는 가동률에 더 크게 반응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성장체제하에서 임금 몫이 감소하고 대신 이윤 몫과 금융소득 몫이 증가하게 되면 먼저 그 경제의 전체 소비는 줄어든다. 노동자의 소비감소가 금융투자자의 소비증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윤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마저 증가하지 않는다. 이윤 몫이나 이윤율이 증가했다고 할지라도 기업은 소비의 감소로 인해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되면 자본가동과 투자를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관투자가 등 주주에 대한 배당이 늘어나 내부유보가 감소하게 되면, 또 그만큼 투자는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투자가 부진해지면 새로운 설비의 도입을 억제해 노동생산성 증가마저 어렵게 만든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는 임금주도의 성장체제에 반대되는 임금소득 몫 감소 정책을 추진해 옴으로써 투자는 물론 생산성의 증가를 억제해 경제성장을 부진하게 만들어 온 것이다. 임금 주도 성장체제에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윤 몫이 아닌 임금 몫의 증가를 필요로 한다. 즉, 신자유주의 대신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을 장려하고, 금융소득 원리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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