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로부터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라오 까이(Lao Cai·老街) 지방의 산악 지역에 위치한 사파(Sapa)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아름답고 산악리조트 휴양지이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1600m로 연평균기온은 15-18℃이며 한여름에도 시원해 휴양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어느 구릉의 고개를 넘으면 강렬한 직사광산이 내리쬐다가 발걸음을 재촉해 고개 하나를 더 넘으면 순간 비구름으로 가득 차고 얼마 안 있어서 소나기가 쏟아 붓는다.

마치 병풍처럼 둘러 쌓여 있는 험산준령 속에 위치한 숙소에서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몽환적 안개에 휩싸인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게슴츠레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잠시 상념에 젖어 있노라면 어느 새 눈앞에는 안개가 걷힌 알프스의 초록 풍광이 그 자태를 드러내 마음으로 다가온다. 사파의 진면목을 만끽하려면 유유자적하는 트레킹여행이 제격이다. 사파 일대에는 몽족·신짜이·라오짜이·자이족·자오족 등 수십여 소수민족 마을이 포진해 있어 떼 묻지 않은 원시 전통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반나절 여정부터 4일 여정까지 다양한 일정으로 사파 주변의 작은 원주민 마을을 찾아가는 트레킹 루트 주변 풍경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사파여행 필수코스인 라오짜이와 몽족(깟깟) 소수민족 마을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자그마한 폭포와 등나무 다리와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운치를 더해준다. 꽃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붉게 물들인 천을 휘감고 손 뜨게 질을 하는 소녀들과 몸에 아무 것도 거치지 않고 코 흘리며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 이전으로 돌아가 있는 기분이 든다.

라오짜이 소수민족 마을은 숙박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선 다운타운으로부터 6㎞ 정도 떨어져 있어서 하루 정도 일정으로 산책하듯 가벼운 트레킹으로 주파할 수 있다. 사파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몽 족과 자오 족이 함께 거주하는 따핀(Ta Phin) 소수민족 마을은 사파에서 라오까이로 내려가는 방향에 들어서 있어서 반나절 여정으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다. 이곳에서 검붉은 옷에 수려한 머리 장식을 즐겨 하는 자오 족은 눈에 띄는 화려한 의상차림이면서 눈썹을 제거해 더욱 색다르게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다운타운에서 현지 시장을 거쳐 계곡 아래로 향하면 깟깟(Cat Cat) 소수민족 마을이 나온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이들을 검은 고양이처럼 여겨 그렇게 불렀다는 이곳은 사파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다. 현지 고산족인 흐몽 족의 삶의 질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랭이 논의 파노라마가 이채롭다. 그들은 손수 뜨개질로 만든 손지갑 등의 관광 상품을 만들어 팔고 전통가옥을 카페나 홈스테이로 개조해 가계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오랜 동안 계승해온 그들 특유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대로 고집하고 있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시골 길로 이어져있는 사파 일대를 거닐다 보면 유럽인 자유 배낭여행자들과 자연스레 어울려 교감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사파 일대 자유여행의 유용한 교통수단은 스쿠터로 사파 시장 일대에서 쉽게 임차할 수 있는데 왕복 3만-5만동 정도에 흥정이 가능하다. 지프차는 운전자를 포함해 반나절 일정으로 혼자 이용하는 경우에는 30달러, 4명 이상이면 10달러 정도면 가능하다.

이렇듯 사파는 현지 고산족의 고단한 삶의 질곡과 애환이 배어 있는 소수민족 전통문화 체험과 유럽 알프스의 풍광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사파에 가려면 하노이에서 밤 10시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7시에 라오까이에 도착하는 4인실 침대칸이 있는 기차를 이용하거나 슬리핑버스(1인당 17달러)를 이용하면 된다. 라오까이 역에서 38㎞ 떨어진 사파까지는 로컬버스로 30분이 걸린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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