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을의 지명에는 그곳의 전설이나 풍수지리에 근거해 이름이 지어진 곳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상서롭지 않은 지명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고을 사람들 간에 불리는 지역의 별칭으로 인한 불이익으로, 예를 들어 도둑골, 귀곡리, 여우골 등이 그것이다. 이런 마을에는 별일이 없는 한 출입하지 않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명과 관련해 이상하게 보고 멀리하기까지 했다. 그곳의 출신 사람들을 지명과 같은 이들로 간주하기도 했고, 그곳 출신 중에 만약 관상마저도 흔히 말하는 범죄형이라면 누구도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하물며 먼 곳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해도 제일 먼저 경찰에 불려가기도 했다. 그가 단순히 도둑골 출신이어서 받는 불이익이었다. 사람 됨됨이를 겪어보지 않고 지명에 덧대어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편견`이었다. 생각의 편향을 보여주는 예다.

2차 대전 당시 미 공군은 전투기의 격추를 줄이기 위해, 전투에서 생환한 전투기에서 적의 공격에 의한 외부 손상을 조사했다. 비행에서 돌아온 전투기의 외상은 날개와 꼬리부분에 집중돼 있었다. 이에 당연히 그 부분에 추가 장갑을 설치하려했는데, 이를 조사한 똑똑한 연구원이 엔진과 조종석 부분을 집중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분석은 비행기의 각 부분은 적군의 총탄에 손상을 입을 확률이 비슷한데 조종석과 엔진부분에 흔적이 없다는 것은 그 부분에 손상을 받으면 치명타를 입고 돌아오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 훌륭한 연구원이 아니었으면 편향된 데이터 분석으로 쓸데없는 곳에 두꺼운 갑판을 덧 댈 뻔했던 사건을 일반화시켜 `생존자 편향의 오류(survivorship bias)`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편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수많은 강연과 세미나에서는 성공한 이들의 사례설명이 있다. 그들의 성공사례는 비슷비슷하다. 이것 역시 실패한 사람들의 사례는 누락돼 있어 이 또한 오류를 갖고 있다. 성공한 이유도 필요하나 실패한 원인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우위의 시각`에 의한 편향이다. 이렇듯 우리의 편향된 생각이나 편견은 각자의 자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며 비슷한 단어 `편향` 역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뜻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이런 편견과 편향이 무수히 많다. 이런 편견을 갖고 있다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으나 이것으로 인한 타인 혹은 사회에 해를 끼친다면 문제인 것이다. 인간사에서의 잘못된 편견은 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고 매장시킬 수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의 좌편향 우편향의 극한 대립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단순히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완전배제로 무시한다면 이는 범죄다. 이런 편향적 사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것에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은 다른 쪽, 즉 반대편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지식의 습득이 필수다. 자신의 논리를 편향된 증거나 설명으로만 고집한다면 `편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편향이나 편견을 깨는 첫걸음은 그것에 대한 이해다. 가장 올바른 것은 바로 직접 경험이라 하겠다. 사람은 겪어 봐야 하며, 일은 해봐야 하고, 이념이라면 그 이념을 공부해야 알 수 있다. 경제는 일을 직접해 경제활동을 해보고 자신의 노동력으로 돈을 벌어 봐야 한다. 경제를 논하는 이가 평생 자신이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편견이나 편향을 깰 수 없다. 극히 편향된 이들은 자신과 반대의 의견을 내는 이들을 경멸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그와 관계 있는 이들 조차 적으로 규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런 이들에게 권력을 쥘 기회가 온다면 반대파를 무참히 짓밟는 대규모 소모성 전투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고 만약 이들이 승리한다면 승자독식 하는 게 필연이다. 이런 승자독식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고 엄청난 세수낭비를 동반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승자의 저주`를 불러오며 국민을 비탄에 몰아넣을 수 있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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