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지원한 파일이 안 열린다고 해서 다시 보내줬을 뿐인데, 두 번 접수했다며 최저점을 받았고 결국 탈락했습니다. 누구 잘못인가요? 잘못된 일은 고쳐져야죠."

얼마 전 만난 지역 음악계의 한 관계자는 대전문화재단의 행정력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문화재단에서 지난 3월 진행한 `들썩들썩 원도심 사업`에 응모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자격 요건이 안됐거니 하며 넘어갔지만 3개월이 지난 최근 우연한 기회에 그는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재단 직원의 실수 때문이다.

들썩들썩 원도심 사업은 활동 동영상을 보고 채점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일찌감치 접수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단에서 영상 재생이 안 되니 다시 한 번 접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결과는 탈락이었다. 선정 채점표에는 `두 번 지원하면 최저점을 준다`는 항목이 있는데, 황당하게도 그가 영상을 두 번 보낸 게 `두 번 지원`으로 간주되면서 최저점을 받았고 결국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재단은 심사내용은 대외비인데 외부에 유출했다며 되레 그에게 항변을 했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원도심 거점 거리에서 수준 있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공연을 만나는 기회를 주고 단체에는 공연기회를 지원해주는 이 사업은 또 한 번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생채기를 냈다.

지난 달에도 재단의 공모사업과 관련한 잡음은 또 일었다. `원도심 거점 공간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일부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선정 결과에 항의하면서다.

탈락한 이들의 주장은 심사 기준에도 없는 기준을 심사위원들이 논의했고, 원칙 없는 선정 기준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재단은 기준에 맞춰 진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심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있고 상황에 따라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심사기준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재단은 사업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원칙과 다른 항목이 선정 과정에서 논의가 됐다면 `공정성 위배`로 이를 제지했어야 했다. 그러나 재단은 `문제 없다`는 해명만 남겼다.

이어지는 재단의 행정력에 대한 의문에 지역 문화예술단체는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한 원로 예술인은 "재단의 행정력에 대한 불신은 이런 이의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설명이 없고 외면으로 눈가리기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두 번은 실수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되풀이되면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재단의 행정력과 역량을 높이는 건 재단의 의지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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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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