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끔씩 점심 때 자장면을 먹을지, 아니면 짬뽕을 먹을지 고민한다. 또 출근 길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고민하고, 영화관에 가서는 액션 영화와 로멘스 영화를 놓고 고민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 갈등 생기네”를 연발한다. 내적 갈등이다.

아주 어릴 때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이나 사춘기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부모님과의 마찰, 또 이웃 간의 충돌 등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개인 갈등 말고도 지역 갈등, 노사 갈등 그리고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의 집단 갈등, 더 나아가 국가와 인종, 민족 간에 벌어지는 전쟁까지 외적 갈등은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은 갈등의 연속이다.

갈등(葛藤)이란 말은 칡과 등나무에서 시작됐다. 칡은 자라면서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 두 식물이 한 곳에서 만나 서로를 감고 뒤엉켜 나중에는 풀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는 뜻이다.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은 해결 방법도 다양하다.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 무시하고 외면하는 전략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보다 강한 힘으로 눌러서 본인이 의도한 대로 이끌고 가려는 경쟁 전략도 있다. 또 함께 고민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타협 전략이 있다. 이들 중 ‘모르쇠 전략’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워 해법을 찾기 힘들고, 힘에 의한 지나친 ‘강공 전략’은 또 다른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 반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핵심 키워드가 된 대화와 소통의 ‘타협 전략’은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다.

충남도가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민간사업자가 2015년 사업 승인을 받아 LNG와 SRF(폐비닐 등 폐기물로 만든 고형폐기물연료)를 각각 78%와 22%의 비율로 건설 중인 집단에너지 시설로 현재 약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각종 유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홍성군의회는 발전소 건설 가처분신청에 대한 적법성 여부 검토에 나섰고, 충남도의회는 정부의 탈 석탄에너지와 원전 등 새로운 환경정책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급해진 충남도가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주민 합의를 위한 역할 중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이번에 주민 대표와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내포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어떻게든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공론화 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위원회에 사업 주체인 시행자가 빠졌다. 아무리 위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시행자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근거나 권한이 없다. 사업 시행자는 SRF 발전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만큼 이 방식이 아니고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발전소가 이미 안전성과 사업 타당성 등을 검증받은 만큼 정치 논리를 바탕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펼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 구성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충남도의 미해결 공공갈등 건수는 22건이나 된다. 그야말로 갈등 천국(?)이다. 모든 갈등의 해결은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한자리에 앉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 문제의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서 충남도는 당사자가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중재해야 한다. 그래야 실마리가 보인다. 도청 각 사무실마다 걸려있는 도정방침 액자의 첫 번째가 대화와 소통인 것처럼 충남도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송원섭 충남취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