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추진될 국정운영 로드맵이 발표됐다. 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포함하는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그리고 100대 국정과제가 담겨져 있다. 세종시와 관련해 주목해 볼 부분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약속들이다. 세종시를 제주도와 더불어 분권모델로 완성시키기 위해서 행자부와 미래부의 추가 이전, 국회분원 설치,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조기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세종시의 성공을 위한 새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따라서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진입하는데 있어서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의 행정수도를 이번에 국가과제화 했다지만, 행정수도 세종시를 가로막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우선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행정수도 개헌 이 빠진 점이다. `수도 서울은 중앙이다`라는 오만하고 해괴한 관습헌법에 의해 행정수도가 위헌판결을 받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이 문제를 헌법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세종시의 완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를 비롯해서 행자부, 미래부 및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의 이전도 디테일의 악마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그 증거가 지난 7월 17일 제헌절에 국회의장실이 내놓은 대국민 의식조사의 결과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개헌을 통해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을 이전하는 것에 대해 49.9%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44.8%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종시가 자리잡아 간다고들 얘기하지만, 국민들의 절반은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점은 앞으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반드시 명문화시켜야 하는 내년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극복해야 할 큰 난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울시민 60.7%가 아직도 행정수도 세종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세종시를 보는 충청민들의 의식이다. 이들의 절반 이상(58.5%)은 세종시의 행정수도를 찬성하고 있지만, 응답자의 1/3이 넘는 34.8%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종시는 그간 충청민들의 단합된 힘과 눈물겨운 투쟁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충청민들이 상당수가 세종시를 부정적으로 보고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대전·충남·북 주민들은 세종시의 건설이 충청권 상생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이후 세종시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주변 충청지역의 인구는 오히려 크게 감소하면서 쇠퇴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세종시로 이전한 주민중 수도권 인구는 30%에 불과하고 충청권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60%에 이르고 있다. 대전과 공주시의 인구감소는 도시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정말 심각하다. KTX 세종역 건설을 두고 세종시와 충청북도가 갈등을 빚은 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들을 놓고 볼 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세종시가 내년의 개헌시 행정수도를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다시금 주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충청권의 공조가 큰 힘이 됐듯이 행정수도 세종시의 완성을 위해서는 다시 한번 충청권의 단합과 결집이 필요하다. 세종시는 당분간 자족기능의 확보에만 너무 몰두해서는 곤란하다. 세종시와 인근 대전·충남·북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각 지역 간 상호 역할분담 속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전략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개헌에 주력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이 절호의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 안된다.

육동일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장·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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