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그런데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7번째 국정과제로 제시된 `국민주권적 개헌 및 국민 참여 정치개혁`에 나타난 헌법 개정관련 과제가 그것이다. 헌법 개정 문제는 지난 역대 정부에서 항상 제기됐고 또 헌법 개정을 임기 중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해 왔지만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해 말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그리고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주권이 유린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남용과 농단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의 헌법 질서가 대통령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대통령 탄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불행한 상황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와 같은 권력구조가 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이고, 따라서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고 이것은 헌법 개정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물론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나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헌법 개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 헌법은 지난 1987년 민주항쟁을 통해 이뤄 낸 것이지만, 사실 당시 헌법 개정의 주체에 국민은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에 의한 헌법 개정이었지만, 국민을 위한 헌법 개정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국정농단을 보면서 우리의 주권이 훼손당하고 유린당했음에도 우리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장치는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우리 주권의 회복을 위해 촛불만을 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헌법은 바로 우리 주권을 보장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헌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앞으로 헌법이 개정된다면 그 개정의 주체는 국민이 돼야 하고 국민에 의해서 그리고 국민을 위한 헌법이 돼야 한다.

새로 개정되는 헌법은 이런 의미에서 국가권력의 구조를 새롭게 하는 내용은 당연히 포함돼야 하지만 왜 국가권력을, 그리고 정치구조 및 정치체제를 헌법에서 규정해야 하는 지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국민주권의 보장과 실현을 위해 권력이 존재하고 그 권력은 바로 국민이 일정기간 위임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목표 아래 `국민주권적 개헌 및 국민 참여 정치개혁`을 세부과제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국정과제의 목표는 다소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라고 하면, 세부과제는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00대 과제 중 7번째 세부과제로 제시된 `국민주권적 개헌`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국민주권적 개헌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내년 지방선거에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 필요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누구나가 인지할 수 있다. 헌법 개정을 하려면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헌법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

만약 헌법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져서 국민의 주권과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거나 주권이 유린됐을 때 국민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제도나 절차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또 다시 선언적이거나 추상적으로만 헌법에 제시된다고 하면 참으로 유감이다. 이번 헌법 개정은 최소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그리고 국민을 위한 헌법이 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7번째 국정과제로 국민주권적 개헌으로 발표는 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국민주권적인 개헌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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