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시대의 가객 김민기의 `가뭄`이라는 노랫말처럼 기나긴 가뭄 끝 이어진 물난리가 우리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에 스며들어 맹렬한 삶을 이어가겠지만 휴대폰 문자 속에 빈번한 폭염주의보는 다시 우리를 지치게 한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속에 먼지가 날릴수록 여름휴가는 새로운 삶의 유혹으로 절박하다.

장마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될 것이라 한다. 사람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유명 피서지로, 해외로 떠나고 또 떠날 것이다. 여름휴가 풍경은 피난행렬과 닮았다. 이지가지 챙겨서 남부여대(男負女戴) 떠나는 피난길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교통체증 모습과 비슷하다. 전쟁을 치르듯, 피난을 가듯이 휴가를 떠나는 이 치열한 격전의 여름에 사람들은 웬만하면 한적하고 사람이 드문 곳을 찾지만 현실은 오도 가도 못하는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 뿐이다.

피서지의 악다구니 같은 북새통이 싫다면 어디든 가까운 농산어촌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대지와 풀벌레를 만나 얽히는 직접성의 세계가 아직 건재하다. 주구장창 스마트폰 속의 간접세상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가여운 우리 아이들에게 농산어촌의 직접성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도시민들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농산어촌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특색 있는 농산어촌에는 훌륭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고 다양한 생태, 역사, 문화, 생산, 가공, 유통 등 체험 프로그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여름철 자연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도 마련해 관광객들이 마음 편히 농산어촌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필자의 여름방학은 한여름 힘센 햇볕이 길러낸 외할머니의 옥수수와, 반짝이는 미루나무 이파리 사이로 부서지던 강렬한 햇살의 기억으로 선명하다. 세월이 흘러 고향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속에 탄탄히 뿌리박혀 있다.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여 고단한 삶의 무게와 속도를 잠시 내려둘 수 있는 곳, 올여름 휴가는 농산어촌으로 떠나보자. 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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