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최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역설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제발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청년의 한탄, 실직과 카드 빚으로 근심하는 청년이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라며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까지 소개했다. 대통령의 처참한 심정을 보여주는 연설이었다.

모두들 우리가 일자리 절벽 앞에 서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고,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3%로 역시 최고치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4%로, 4명 중 1명은 실업자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근 가장 악화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과 어르신 일자리 확대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인가 `성장 없는 고용`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 없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정부들은 `성장을 통한 고용`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성장도 고용도 없었다. 1970년대 경제개발 논리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현실인식의 부재를 보여주었다. 성장의 결과로 일자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지적했지만,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 없는 고용` 상태에 있다.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고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지난 10년 간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청년층의 고용은 대폭 감소되었지만, 장년층(50-6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의 고용은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변화와 기존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발표했던 과거 자료들을 가지고 2000년 전후와 2017년 현재 연령대별 취업자 비중변화를 추론해보자. 청년층 취업비중은 23.1%에서 현재 15.1%, 30대 취업비중은 29.7%에서 21.0%로 각기 약 8%정도 떨어졌다. 40대의 경우는 24.1%에서 24.6%로 변화가 없었다. 반면 장년층의 취업비중은 18.6%에서 30% 이상으로 증가했고, 노년층은 4.5%에서 10%대로 늘어났다.

이것은 20-30대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적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젊은 세대를 위한 품질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노·장년층을 위한 한시적이거나 시간제 고용이 증가한 것이다.

현재 취업시장의 흐름이 변화없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마도 일자리 세대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 등) 분야에서 이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학업을 지속하거나 정규직 취업 전에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자녀세대와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 붐 세대인 부모세대가 일자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취업시장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까 단기적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청년세대와 노년층을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라도 나서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 없는 고용`의 시대에 어떻게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고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장기 저성장의 터널 속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된 것이 없다. 또한 공공부문 이외에 사적 부문에서 어떻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금 위급한 환자에게 응급처방을 해야지 체력을 보강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취업시장의 구조변화를 위한 장기 정책과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중반기에 접어들었을 때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 위기는 가정 내 전쟁으로부터 비롯된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놓고 계속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