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운용의 전략으로 삼고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저성장 지속과 소득분배 악화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러한 소득주도 성장 전략과 소득분배 개선 정책은 적절하고도 올바른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친자본(pro-capital) 분배 정책을 펼쳐왔다. 시장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신축성 강화, 최저임금제의 무용화, 노조 약화, 감세 및 자본이득세 면제, 금융자유화 등의 정책들이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하여 성장을 증대시키는 정책이라고 옹호되었지만, 사실은 친자본 정책의 수단들이었다.

친자본 정책들은 성장의 증대도, 경제의 안정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성장률은 이전에 비해 떨어졌고, `낙수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소득과 부의 불평등만 더욱 커졌다. 여기에 더해 금융자유화는 금융자본 지배의 `금융화`를 강화시켰는데, 그에 따라 기업경영 목표는 단기 수익 증대로 전환되었고, 분배는 금융소득과 자본이득 및 경영자층의 임금 증대에 유리해졌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특히 지난 보수 정부시기에 이러한 정책들이 적극 추진되었으며, 그 결과 저성장과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낳았다. 더욱이 이러한 정책의 지속은 한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소득불평등을 낳고 결국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낳게 한다. 세계적으로 전개된 1929년의 대공황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바로 이러한 경제사회의 부조화 결과이다.

폴란드의 경제학자 칼레츠키(Kalecki)는 일찍이 이윤보다는 임금소득분배 몫 증가가 소비는 물론, 투자 및 이윤의 증가를 통해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물론, 경제가 불완전고용상태에 있고, 대기업의 독점체제 하에 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포스트 케인지언(Post Keynesian)들에 의해 `임금주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였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임금몫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가 이윤몫 감소에 따른 투자감소를 압도하며, 소비증가가 가속도효과를 통해 투자증가를 가져온다는, 그리고 이윤몫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이 증가해 기업의 이윤율을 상승시킨다는 이론적 논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임금상승이 비용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현 정부는 이러한 인식 하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소득주도 성장체제가 작동하고 또 정책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첫째, 기업들이 임금몫 증가의 선순환 효과를 이해하고 기업소득과 임금소득 몫의 적절한 재배분에 합의해야 한다. 임금 몫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단기적으로 기업소득 몫의 감소를 낳을 수 있어, 기업이 이에 고용축소로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체 노동자들이 평등주의를 기초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완화, 고임금 계층의 임금인상 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임금소득 몫의 상방한계 속에서 노동자들 사이의 지나친 임금격차는 임금상승의 소비와 투자 증가 효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단기 수익 중심의 경영과 자본소득 중심의 분배를 강조하는 금융지배를 지양하고, 금융이 실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화는 고용증가나 임금상승에 의한 비용 증가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소득 증가에 따르는 인플레이션율과 이자율 상승이 투자를 감소시키지 않도록 통화당국은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전제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1970년대의 경기침체 속에서 영국 칼라한 정부와 프랑스 미테랑 정부가 추진했던 고용증진, 임금상승, 정부지출증대 정책이 실패했던데 반해, 스웨덴의 사회연대 고용유지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존재 여부에 있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