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골자로 한 계획을 세웠다. 특히 11.2%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청년실업률 감축안이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청년의 과정에는 소년이 있다. 어떤 소년은 청년으로 가는 과정 자체가 힘겹다. 그 소년에게는 청년실업을 고민하기 이전에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반작용이 공존한다. 소년보호사건에서 마주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소년보호사건은 소년법상 미성년인 아이들이 범행이나 비행을 저지르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에 소년부 관할로 재판이 이루어지는 사건을 의미한다. 소년보호사건에서 아이들은 형법상의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법 제1조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소년보호 절차는 기본적으로 형사소송절차에서 국선변호인에 해당하는 국선보조인 제도가 소년법 제17조의 2에 규정돼 있다.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보조인의 역할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일반적인 형사사건을 다루는 경우와 맥을 달리하는 지점이다. 국선보조인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보조인은 변호인이자 협력자이며, 사법적 성격과 함께 행정적·복지적 성격을 수반하고 있다. 범죄나 비행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재범을 방지하고 아이들이 올바른 청년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후견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소년원과 법정에서 보는 아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다. 최근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책임으로 떠넘기기에는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보호소년이 적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이 기댈 가정에서조차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여 방황하고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과 어울려 비행을 저지르고 가출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이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이지만 아직까지 그 역할은 충분치 않다. 아래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보호처분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체계적이고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호소년을 면담하다 보면 아이들이 아직까지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할 만한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없냐는 질문이 무색하다.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관심사를 찾지 못하니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욕구를 표출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의 일반적인 교육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기 까지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자신이 원하는 관심사를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 대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중간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중간처우는 사회(가정) 내 처우와 시설(소년원) 내 처우와는 구분된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가정이나 소년원 등으로 보낼 수 없는 경우에 주변 환경과 분리하여 제3의 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을 중간처우라고 한다. 중간처우는 아이들에게 보호처분이 형벌이 아니라 교육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간처우시설 수가 현저히 부족하고 재정상태도 열악하다 보니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중간처우시설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위한 소년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법정에 서는 것은 보호소년이지만 어쩌면 그 잘못을 물어야 할 당사자는 그 보호자일지도 모른다. 적지 않은 보호자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아이를 탓하거나 아니면 아이를 충분히 보호할 여건이 되지 않음에도 무작정 선처만을 구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소년보호처분과 함께 그 부모에게 내려지는 처분은 8시간 정도의 의무교육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을 보호하고 소통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교육과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만큼이나 그 보호자에게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들이 또다시 법정에 서는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의 소통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옆에 있는 아이들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왜 아이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존재하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리를 세우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우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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