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리는 가축의 다리나 발의 털에 알을 낳으며 알에서 나온 유충은 동물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피부 밑에 종기를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냥 파리가 아니라 소나 말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지독한 곤충이다. 누군가에 붙어서 기생하는 생물. 쇠파리는 그런 존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준다.

서민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금융 사기와도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탕발림에 속아 투자를 하게 만들지만 카드 돌려 막기 식으로 위험요소를 다른 것으로 막을 뿐이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돈만 돌고 돌 뿐이다.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파렴치한 사기행각을 벌인다. 단국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 불리는 조희팔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활동한 희대의 사기범이다. 전국 10여개의 유사 수신업체를 차려놓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7만여명에게 5조원을 가로챘다. 수만명의 피해자들이 고통과 아픔을 시간을 보냈고 시간이 지났다 해도 여전히 그들이 겪은 상처는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금융 사기의 원조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찰스 폰지다. 1920년 `90일 만에 원금의 2배 수익 보장`을 내세우며 미국 전역에서 8개월 만에 4만여 명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미국에 개발 붐이 한창이었던 당시 폰지는 플로리다에서 막대한 투자배당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으나 실제로 그는 아무런 사업도 벌이지 않았다. 폰지의 생명력을 이어받은 게 조희팔이다.

최근 조희팔 사건을 다룬 쇠파리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제목은 쇠파리가 말과 소에 들러붙어 피를 빨아먹는 것이 서민을 등친 조희팔과 다르지 않다는 데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 영화는 피해자 중심으로 작품이 짜여져 개봉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피해자 300명이 단역으로 직접 출연해 그들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다. 쇠파리는 방충제를 사용하면 쫓아버릴 수 있다. 하지만 사기범은 대개 상대방의 궁박한 처지를 악용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사탕발림으로 현혹한다. 듣기 좋은 말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 과거에도 그랬 듯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사탕발림은 현재도 유효하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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