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결에서 패배했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에 중국 커제 9단과 대결에서는 누구나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했고 결과는 그대로 됐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이 먼 미래의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인류의 삶과 산업지형에 압도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 정책공약 중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다. 농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새로운 기술이 결합하면서 그동안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던 농업이 미래의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줄어드는 경작지, 이상기후, 물 부족, 대규모 병해충 발생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농업의 난제들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바이엘이나 듀폰, 구글 같이 농업 분야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국적 자본의 농업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23.8%, 농업 GDP 2.3% 농가 인구 5%라는 통계적 제약과 함께 전체 농업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떠안고 있어 기존의 생산방식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농업에 도입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최고 수준의 ICT 기술과 농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은 종자의 선택, 일조량 조절, 적합한 비배관리, 병충해 관리 등에서 AI 시스템을 통해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자동화 시스템과 빅데이터 활용으로 노동비용과 물류비용을 절감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에서도 농업과 ICT를 융·복합한 스마트팜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온실은 2014년 60㏊에서 2016년 1143㏊로 크게 늘었고, 스마트 축사도 30호에서 234호로 늘었다. 글로벌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기업자본의 농업 진출 통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우리 농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하고 농업 경쟁력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나친 기술만능주의와 조급함을 경계하면서 농업·농촌·농민의 성장과 행복이 함께하는 따뜻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농업·농촌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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