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기인한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은 통합과 갈등 해소는커녕 자신의 승리를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심지어 조장하기까지 했다. 상대를 찍으면 대한민국이 망할 것이라는 험담을 스스럼없이 자행했다. 선거를 통해서라도 희망과 비전을 보고 싶었으나 정책과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상대에 대한 힐난과 심판만이 난무했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탄핵을 촉발시킨 기존 보수정당의 몰락과 진보 정당의 압승이었다. 제1당과 제2당의 사상 최대 득표 차이가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통령당선자가 41% 득표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즉 약 60%가 다른 선택을 했다. 이 뜻은 국민은 상대를 제압하는 `통치`를 거부하고 `협치`를 명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갈등 문제는 최근에 들어서 부각된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기본적 리듬으로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 각 부분의 갈등은 선거를 통해 표출되고 때로는 조장되고 증폭되기도 한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사회의 빈부·이념·지역·세대 갈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도구로서 훌륭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갈등 해소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과도하다고 하여 선거가 갈등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오히려 선거가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순기능이 훨씬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란 집단적 의사표시로서 감정의 산물인 인간의 행위인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과 감정이입의 정도는 시대마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거를 통한 심판의 감정으로 빈부·이념·지역·세대 갈등의 감정에 계속 몰입해 있게 된다면 선거의 가치와 효용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탄핵과 대통령선거로 나타난 다양한 갈등과 함께 살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갈등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우선 갈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갈등 그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갈등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과 에너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한 건강한 긴장감으로 갈등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성 존중과 배려를 통해 갈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양보와 타협, 관용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 부문의 갈등 해소를 위해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과 여야대표간의 회동 정례화, 청와대에 야당과의 대화창구 설치, 야당의 대안제시 의무화, 제3당의 중재 및 타협, 국회 상임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등 협치를 위한 모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부 초기 쇼 차원의 협치에 그친다면 국민은 곧 실망할 것이다. 새로운 갈등이 자리할 것이다.

셋째, 갈등의 분출이 사회발전의 필연적 과정이고 이를 극복해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권위주의적 카리스마와 이별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통합의 리더십 부재와 정치 엘리트의 후진적 행태가 파행적인 정치를 초래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 리더십의 대표적인 특성은 권위주의적 카리스마였다. 유교적 전통과 일제 식민경험 그리고 남북분단은 정치적 카리스마로 이어졌다. 다른 어느 사회보다 정치를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시켰고,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정치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런 카리스마의 정치적 지배는 합리적인 사고를 저해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사회를 만들며, 적당주의와 무책임을 낳는다. 합리적인 법과 절차는 카리스마에 의해 언제든지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종자와 인격 대 인격의 극히 개인적이고도 감성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은 갈등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갈등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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