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충남에 강풍을 비롯한 우박이 몰아 닥치며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직격탄을 맞은 지역들은 차량 흠집과 같은 경미한 손해부터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뽑히는 것과 같은 큰 피해도 입었다.

도서지역의 피해도 만만찮았지만 농가의 피해는 더욱 심했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예산군의 경우 과수 농가에 피해가 집중된 모양새다.

수확을 4개월 정도 앞두고 밤톨만하게 굵어지기 시작한 사과는 마치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다.

강풍 때문에 밭을 덮은 비닐이 전부 벗겨지거나 비닐하우스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한 해 농사를 시작했던 농민들은 원치 않은 하늘의 `변덕`으로 애꿎은 속앓이만 하는 중이다.

하늘은 야속하게도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 변덕을 부리기도 한다.

충남 서부지역은 전에 없던 오랜 가뭄으로 농업·공업·생활용수 공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식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조차 15일 기준 11.5%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또 한번 갱신했다.

금강 도수로가 가동되며 간신히 물이 공급되고는 있지만 이 가뭄이 얼마나 지속될 지, 또 어떤 피해를 야기할 지 전혀 알 수 없다.

단지 오랜 기다림을 적셔 줄 또 다른 변덕을 기다릴 뿐이다.

최근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단행된 각종 시책 덕분에 국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길, 동시에 모든 사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도 예상대로의 `일관성`이 나타난다. 이합집산하고 탐욕에 눈 먼 권력지상주의 행태를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일관성은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밑바탕이자 원동력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방향으로만 일관적이라면 그것은 버릇과 구태에 불과하다.

구태를 답습하는 정치권에 눈길을 줄 만큼 국민들은 더 이상 녹록지 않다.

다행인 것은 날씨와 달리 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다는 점이다.

구태를 일관되게 반복하기보다는 정치권 역시 좋은 방향으로 변덕을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마도 그런 변덕은 환영받을테니 말이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지 모른다. 충남취재본부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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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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