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미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내용을 되풀이 했다. 예측불허, 좌충우돌 행보가 그간 트럼프가 보여준 모습이긴 하지만 느닷없는 사드 비용 주장은 한국의 뒤통수를 친 격이나 다를 바 없다. 그동안 한미FTA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해왔었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라는 안보를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정말 한국의 사드 비용 부담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한·미는 이미 사드배치 합의 시 부지는 한국이 제공하고 운영·유지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더구나 10억 달러는 한국이 1년간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보다 많은 액수다. 트럼프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당당히 주장을 한 것은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가 필요한 것을 얻으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어 온 게 트럼프 취임 100일간의 행보다. 취임 초 중국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미·중 정상회담 결과 `대중 무역적자 시정 노력`으로 끝났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은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이제와선 `만나면 영광`이라고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는 미국대통령이기 이전에 성공한 사업가다. 그의 사업성취는 평범한 거래로만 이뤄졌을 리 만무다.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때로는 승부수 던진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제간 협상에도 이러한 노하우를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언행은 국제관례에 어긋나고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상의 달인` 답게 유리한 `거래`를 하는 전략중 하나일 뿐이다.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수습해놓고 정작 미 언론 인터뷰에선 "재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사드비용 주장으로 트럼프가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은 몇 가지가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FTA 협상에서의 유리한 조건 확보다.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한국이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거나 `한미FTA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사드 비용 부담 주장은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잇단 발언은 사드 비용이 아니더라도 방위비 분담과 FTA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셈으로 보면 된다. 이를테면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계책을 쓰고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동맹국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안보를 빌미로 거래를 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우선주의`라는 포장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외교와 협상은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일방적으로 가질 수 없지만 시도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기브 앤 테이크`가 가능해야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가 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미국이 손해라고 주장하는 주한미군과 한미FTA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방위비는 물론 공공요금 등 각종 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한미FTA도 미국국제무역위원회가 밝혔듯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적자해소에 도움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간엔 서로가 원하는 것은 주고받아야 한다. 다만 각자의 우선순위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거래를 원한다면 우리 역시 거래를 하면 된다. 얼토당토않은 요구까지 들어줄 필요는 없다. 빈틈을 보일수록 더욱 거세게 압박하는 게 트럼프의 수법이다. 자칫하다간 그 수법에 말려들 수가 있다. 한국의 철저한 대응전략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상을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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