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가 이기고 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그래서 선거에서 이기면 `승리`했다고 하고 지면 `패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선거는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유권자로부터 지지와 선택을 받은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거 결과 선출된 후보는 승리자가 아니라 선택을 받은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선거를 보면 선거가 유권자가 선출한 대표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여기서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나 `전쟁`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이기기 위해서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 가끔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과 행위가 난무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이기기 위한 방법과 전략과 전술이 선거를 지배하는 그런 느낌이다. 선거가 승리자만을 고르는 과정이나 절차가 아닌데도 말이다.

선거, 특히 공직선거는 우리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이다. 작년 말부터 불거져 나온 국정농단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정말 대표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가 가진 주권과 우리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우리를 대신해서 행사하는 대표자의 자질과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우리 대표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인식하게 됐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는 후보자들 중에서 승리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 선거가 이상하다. 수차례에 진행된 후보자 TV토론을 통해서도 그렇고 공약이나 선거운동에서 후보자들의 발언이나 행동도 어딘지 모르게 우리 대표자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싸움을 보는 것 같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대통령 선거를 보면, 국민에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능력이나 자질을 보여주고 검증받고 그래서 선택 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에 비해 자신이 더 강하고 더 싸움을 잘하고 있으니 무조건 국민에게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면 선거가 마치 싸움과 같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가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아군과 적을 구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국민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이 싸움판에서 적과 아군 중 어느 쪽이든 편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선거가 이래서는 안되는데도 말이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는 예전의 선거와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왜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지, 그리고 다음 정부의 대통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부분의 국민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또 우리가 다음 정부에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선거 즉시 인수위원회의 준비도 없이 차기 정부가 출범해야 하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적어도 이번 선거기간 중에 각 후보들은 싸움이나 전투가 아닌 대표자 선출을 위한 각자의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투력이나 근력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의 구상과 조직도 국민에게 제시하고 후보자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음정부를 이끌어갈 인물들에 대한 검증도 국민들에게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후보자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고, 특히 대통령은 더욱 그렇다.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리고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은 적지 않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싸움이나 전쟁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선택을 받아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주권을 대신해 행사하기 위한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말 해야 할 것은 이제라도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유권자는 이런 것들을 꼼꼼히 살피는 아주 현명한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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