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복잡다단한 사안들을 보고 있노라면 발단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정보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경영학의 한 분야인 재무관리 영역에서 비현실적인 가정이기는 하나 완전자본시장(perfect capital market)을 가정하게 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의 보유 정보의 양과 질은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불완전한 자본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 간에 보유 정보의 양과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이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다. 젠센과 맥클링(Jensen & Meckling)은 위임자(principal)가 대리인(agent)에게 위임자를 대신해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 계약관계가 맺어진 경우 위임자-대리인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 간에 정보비대칭이 존재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갈등상황이 발생하는 대리문제가 있음을 제시했다.

기업의 경우 주주와 채권자, 소유경영자와 외부주주 간에 위임자-대리인 관계가 형성돼 대리문제가 초래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대리인의 행위가 위임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감시하는데 드는 비용, 대리인이 위임자의 입장을 잘 견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대리인인 주주와 위임자인 채권자간의 대리 문제 가운데 한 예를 살펴보면 두 주체 간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식회사의 특징 중 하나인 주주의 유한책임을 고려할 때 부채를 많이 사용해 파산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주는 위험이 매우 높은 투자안을 수용함으로써 투자가 실패해 파산하는 경우 주주 자신이 출자한 부분에 한해서 손실을 보게 되지만 성공했을 경우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고 남는 나머지 과실을 다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선호유인(risk preference incentive)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자는 채무약정서에 이에 해당되는 유형의 투자를 금지하는 등의 제약조항을 포함시킬 수 있다.

주식회사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이다. 기업이 부채 대신 자기자본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경영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의 입장인 소유경영자와 위임자인 외부주주 간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영자가 소유하는 지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면 외부주주의 이익보다는 소유경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소유경영자의 대리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한 기업내부의 제도적 장치로는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제도 등이 있고, 기업성과에 연계한 경영자 보상계약과 스톡옵션 부여 등 인센티브가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합병 및 매수(M&A) 시장이나 경영자 노동시장 등 외부메커니즘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에도 대리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국민과 정부의 관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역시도 위임자-대리인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대리 문제의 전형인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외부적으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 있다. 내·외부적으로 구축돼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과 더불어 대리 문제 발생의 근본적 원인이 위임자와 대리인 간의 정보비대칭에 있으므로 대리인의 입장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임자들에게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신뢰성 있는 정보제공을 통해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아울러 5월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도 후보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제공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정보비대칭을 줄여 위임자인 국민들 입장만을 생각하는 리더십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기를 소망해본다. 강호정 배재대 서재필대학장·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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