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것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명백히 제시되고 있는 탄핵의 사유를 보더라도 헌법에 대한 수호의지와 법치주의의 준수 그리고 민주주의의 수호 등을 위해서도 예상된 것이었다.

사실 지난 해 말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국정농단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정 전반에 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국민은 실망을 넘어 `지괴감`이 들기도 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과 그 주변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 국정농단은 법과 제도를 넘어서는 절대 권력의 모습을 드러냈고, 일부 몇 몇에 의해 거의 모든 것이 좌지우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사실 이번 사건은 OECD 회원국으로 이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하고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룩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에 맞지 않는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위 후진국에서나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고, 그 결과 우리는 국정공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미 우리의 국민수준과 국민들의 민주주의의 의식은 이들 몇 몇 잘못된 권력자들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고, 특히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국민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말도 되지 않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와 같은 국정농단의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서 흔히들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져오는 폐단이라고들 한다. 국가의 거의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고, 그에 따라서 비록 제도적으로 3권 분립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의 권력이 `통치`라는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이번에 처음으로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거의 모두 자신과 측근에 의해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살고, 더구나 수사 중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마다 마치 단골 메뉴처럼 거론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이 필요성이 제기되고 또 그것이 차기 대통령 후보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가 안다.

그렇다면 헌법 개정이 실현될 때까지 우리는 그 많은 문제가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안고 가야만 하는 것인가. 이미 그 문제점을 알고도 바꾸지 않고 또 다른 문제점으로 또 다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만큼 멍청하고 어리석은 것이 없다. 알고도 개선하지 않고 바꾸지 않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만약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면서도,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한다면, 그리고 권력집중적인 `제왕적 대통령제`가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헌법상에 명시되어 있는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의 범위를 헌법을 준수하면서 법과 제도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제한적이고 분립적인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민주주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준수하면서 3권의 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근본적으로 헌법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더 이상 불행한 역사를 알면서도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그래서 더 바꾸어야 할 것은 주저하지 말고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도덕적 양심과 국민을 위한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법과 제도를 바꾸는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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