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나 사회 불안기에는 유독 `립스틱` 매출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른바 `립스틱 효과`다. 대공황기인 1930년대 미국 경제학자들이 만든 용어로, 소비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립스틱 같은 저가 미용품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던 지난 2008년 국내 유명 백화점의 하반기 립스틱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0-30% 증가했다.

이를 두고 당시 시각은 `계절적 요인` `블랙패션 유행덕`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저렴한 비용으로 사치품을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데, 립스틱은 가격 대비 기분 전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에 정국혼란까지 겹치면서 나라가 어수선한 올해 역시 립스틱은 나홀로 성장중이다.

지난 26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G마켓의 립스틱 매출이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색조 화장품 매출도 전년보다 17.8% , 헬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도 립스틱이 무려 120%나 급증했다고 한다. 더욱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한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 1-2월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괄목할점은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올해 1월 34.2%에서 2월에는 41.5%로 오히려 상승한 점이다. 올해들어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타격을 입을 품목으로 지목 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이런 우려가 화장품에서는 다행히 빗겨갔지만 다른 업종의 타격은 점차 현실화 되는 모양새다. 조미김을 수출하는 보령의 한 업체는 수출계약 취소 등의 손실로 2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중탕기 업체는 홈쇼핑을 통해 중탕기 350대를 선적해 보냈지만 한국제품불매운동 확산으로 세관통관이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향후 경제보복 분야가 확대될 경우 지역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립스틱`의 저자 제시카 폴링스턴은 립스틱을 자신감과 용기를 줌으로써 힘든 현실에 맞서는 도구로 칭했다.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업체들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서라도 이 난관을 헤쳐내길 응원해본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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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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