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kangaroo)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18세기 후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이른바 대영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그 중 하나가 호주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됐고 1901년 호주 연방이 설립됐다. 유럽인들이 미지의 땅 호주에 진출했을 때 두 발로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동물을 발견하고 원주민에게 `저 동물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캥거루`라고 답했는데 그 의미가 `모르겠다`란 뜻이었다는 이야기다. 근거 없는 속설이지만 제법 널리 퍼져 있다.

캥거루는 코알라, 주머니쥐처럼 유대류에 속한다. 주머니가 있다는 뜻의 유대에서 알 수 있듯이 태반이 발달하지 않아 육아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원시 포유류다. 대부분 캥거루들은 육아 환경이 좋을 때에만 번식을 한다. 환경이 척박해지면 수컷은 정자를 만들지 않는다. 암컷은 배아휴면이라는 특이한 습성을 갖고 있다. 번식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나 육아낭에 다른 새끼가 있는 동안은 수정란을 배아 상태로 몇 개나 보관한다. 언제든 새끼를 키우기 좋은 환경에 착상을 시켜 출산할 수 있다. 편리한 시스템이다.

인간은 출산을 유예할 수 없다. 혹독한 환경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번식을 자제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최근 미국발 소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추정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뜻한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2.3명의 절반 수준이다. 1.25명은 조사대상 국가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20위다. 한국보다 낮은 곳은 전 세계에서 홍콩(1.19명), 대만(1.12명), 마카오(0.94명), 싱가포르(0.82명) 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혼인·출산율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통계 분석으로 새삼 증명하지 않아도 사실 모두가 피부로 느껴온 상황이다. 인구 감소는 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 투자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LH 등의 사업 축소 기조 역시 `캥거루`하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