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상사회의 일차적 조건은 아마도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완전고용을 제공하고, 소득을 합리적으로 형평성 있게 분배하는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교육이나 건강유지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고, 또 일시적 실업, 건강 등의 위험에 대해 사회가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더 이상사회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상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유 시장경제, 즉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라는 경제사회 작동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는 그동안 비주류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현재의 경제사회를 비판하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 주류경제학자들은 물론, IMF의 보고서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시장근본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즉 자유 시장경제가 경제활동을 더욱 더 효율적이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생산성은 높아지고, 경제후생도 증대하며,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임금과 이윤은 모두 생산에 기여한 만큼의 크기로 결정되기 때문에 소득분배도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쓸데없는 개입이 오히려 비효율과 지대추구 행위를 낳아 성장부진과 소득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자유 시장경쟁은 완전고용도 합리적 소득분배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최근 IMF의 보고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유 시장경쟁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물론, 시장경쟁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적절한 환경과 규제 속에서만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뿐이지 그 자체가 스스로 이상사회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은 비효율과 변동성, 소득격차를 심화시켜 완전고용과 소득형평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시장의 자유경쟁은 이미 생산한 상품을 시장에 가져와서 판매할 때는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만들어 효율을 가져다주지만, 공장에서 생산량을 결정하려고 할 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에 오히려 불완전고용과 큰 변동성을 낳게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산량은 완전고용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결정되고, 또 미래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기대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와 고용수준은 완전고용과 관계없이 결정되고 또 그 규모도 변동성이 크다.

또한 시장의 자유경쟁은 그 스스로 경제권력의 균등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어서, 생산에 대한 기여보다는 권력에 비례하여 소득을 분배하도록 만든다. 자유 시장경제에서 보다 우월한 권력을 갖는 고용주는 임금 몫에 비해 더 많은 기업소득 몫을 가져갈 수 있고, 경영자는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가져갈 수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이것들은 시장경제와 관련 없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유 시장경제는 이러한 불공정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공정 경쟁을 자유경쟁으로 정당화하기조차 한다.

우리가 이상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면, 이처럼 시장의 자유경쟁이 개별 기업이나 경제적 권력자에게는 효율적이고 유리할 수 있지만, 경제전체적으로 볼 때는 효율성도 공정성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전고용을 통한 경제 전체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경제 권력의 균등화에 기초한 공정성을 전제로 하는 경제질서를 구축할 때만, 즉 자유 시장경쟁이 보다 큰 철학과 규제 속에서 관리될 때만 우리는 이상사회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자유 시장경제를 관리할 철학과 규제는 단순한 경제분석가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이상사회를 꿈꾸는 철학과 사상을 갖는 사상가의 입장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생활의 목표가 단순한 풍요의 달성만이 아니라 `보편적 풍요`의 달성에 있기 때문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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