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영족이 늘고 있단다. 혼영족은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2010년 혼영족 비중은 전체 입장객 대비 7%에 그쳤다. 2014년 10%로, 지난해는 12%를 넘었다. 관객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혼영족이다. 혼영족에게는 낯설겠지만 80년대는 단체관람이 익숙했다. 애국영화, 반공영화에는 초·중·고생들이 떼지어 동원돼 극장을 접수했다. 그 세대 단체영화 목록 가운데 유명한 한 편으로 `킬링필드`가 있다.

영화 킬링필드는 롤랑 조페 감독이 1984년 미국에서 제작했다. 한국에선 1985년 6월 1일 개봉했다. 학교들의 단체관람 덕분에 킬링필드는 서울관객 92만 5000명이라는 흥행기를 썼다. 지금으로 치면 전국 관객 800만 이상의 빅히트이다. 영화 킬링필드의 주연 배우 샘 워터스톤이 연기한 인물의 실존 모델이 된 미국 언론인 시드니 섄버그가 2016년 7월 별세했다. NYT의 캄보디아 특파원으로 활동한 섄버그는 크메르루주에 의한 학살을 고발하는 기사를 써 1975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화 킬링필드 속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정권은 실제 1975년에서 1979년에 이르기까지 대략 80만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캄보디아인들을 학살했다. 학살이 캄보디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기 한반도도는 전선은 물론 온 지대가 학살지이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한국전쟁 중인 1950년 9월 하순부터 1951년 1월 초순까지 온양경찰서 경찰과 그 지시를 받은 대한청년단 등의 치안대가 북한군 점령 당시 북한군에 협력한 부역자이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역 주민 다수를 배방산 방공호, 배방면 수철리 폐금광, 염치면 대동리 일대 등에서 집단 살해했다고 2009년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명명했다. 과거사위는 아산 부역혐의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이 최소 800여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유족의 끈질긴 탐문과 주민의 증언으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배방면 수철리 폐금광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최근 발견됐다. 정부는 2010년 과거사위 해산 이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 시·발굴에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아산시가 지원을 검토하며 유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진실과 만나고 치유하는데 늦음은 없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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