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한다." 누가 당신에게 말했다. 칭찬일까, 비난일까. `잘 한다`라는 문자만으로는 진짜 의미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목소리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만약 감탄을 자아내는 목소리로 "잘 한다"라고 했다면, 이는 칭찬이 분명하다. 하지만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자알 한다"라고 발음 했다면, 이는 노골적인 비난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정보는 메시지다. 즉, 말의 내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동안 메시지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얼굴표정, 목소리의 크기와 떨림, 말투, 시선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인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사람들이 비언어적인 정보를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상대방이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건조한 메시지만 전달되었을 때 발생할 수도 있는 오해를 안면 표정이 막아준다. 안면 표정의 정보만으로도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는 상대방을 위해서 목소리, 말투, 시선, 심지어는 작은 몸의 움직임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내 말의 진짜 의미는 이런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오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통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메일이나 문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 수단의 경우에는 비언어적인 정보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비언어적인 정보가 빠져 있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자가 의도했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심지어 메시지 수신자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의 의미를 해석할 가능성도 높다.

이메일이나 문자를 작성하는 사람은 수신자가 자신이 작성한 메시지의 진짜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수신자들은 메시지의 내용만을 토대로 작성자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메시지 작성자와 아주 친한 친구조차도 작성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언어적인 정보가 배제된 메시지의 내용만을 토대로 작성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작성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도 매우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이나 문자는 사무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오해의 가능성이 있는 주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메일과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감한 사안인 경우에도 이메일이나 문자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이메일이나 문자를 정교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장황하고 길게 쓰인 이메일이나 문자의 대부분은 작성자가 수신자의 오해를 막고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리 길고 구체적인 이메일이나 문자의 경우에도 비언어적인 정보는 배제되어 있고, 그 결과 오해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보내는 이메일이나 문자를 상대방이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메일이나 문자 작성을 당장 멈춰야 한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고 고달프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도구가 바로 전화다. 전화기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와 말투에는 풍부한 비언어적인 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이메일이나 문자에 비해서 훨씬 쉽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한다. 말에는 다양한 비언어적인 정보가 담겨져 있어서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진심에 공감했기 때문에 천 냥 빚을 면해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자나 이메일로 천 냥 빚을 갚기는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메일과 문자에만 집착하다가 천 냥 빚을 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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