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過勞死)`라는 말은 일본어 `가로시`에서 유래됐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도요타 정신으로 무장된 일본 근로자들의 근면성이 바탕이 됐다.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26세의 펀드 매니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평소에도 성실했지만 거품 경제가 빠지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다가 발생한 돌연사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게 됐다. 이후 일본의 후생성에서는 `가로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산업재해보험 수혜 항목으로 인정하게 됐다. 2002년에는 가로시가 발음 나는 대로 karoshi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로사는 2000년 7월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 대다수는 과로하며 살고 있다. 그야말로 일에 치여 사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다. 대한만성피로학회가 지난해 직장인 1235명을 대상으로 `만성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위험선(46점 이상)을 넘은 응답자가 300명(24.3%)이었고 평균치는 36.84점이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중 약 25% 정도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연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35개국(평균 1770시간)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살인적인 노동량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 생산성(31.6달러)은 OECD 최하위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과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은 과로사 공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하루 12시간 이상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미혼 남성 공무원이 자신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공무원은 경북 성주군 농정과 9급 공무원으로 매일 방역 작업을 하면서 오전 7시 40분에 출근해 밤 9-10시까지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 1월에는 세 아이의 엄마였던 보건복지무 공무원이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노동을 선택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은 휴식과 휴가 이어야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한자 떠나라`라는 과거 한 CF의 문구가 떠오른다. 과로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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