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놓여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의 최적화를 구축하는 산업혁명을 뜻한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하원규 박사는 그의 저서 `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은 세상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간과 사물의 모든 데이터가 수집·축적·활용되는 만물초지능 통신혁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류의 생활방식은 물론, 사회·경제 운영방식이 혁신되는 거대한 변혁의 총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과학계의 상황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 주도의 과학기술 정책 수립으로 `단기적 성과`에 함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성과주의예산제도(PBS)다. PBS는 예산을 기능별·사업계획별·활동별로 분류, 편성해 예산의 지출과 그 지출에 의해 나타나는 `성과`와의 관계를 명백하게 하기 위한 예산제도다. 겉으로만 보면 문제가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5개 출연연의 예산 중 약 60%가 자체수입이다. 정부는 40%밖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나머지는 PBS 등을 통해 연구원들이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정부·민간 수탁사업을 따내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경쟁이 치열할 수록 연구환경 저해와 원천기술·기초과학 분야 등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에는 연구비가 투입되지 않는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지만 우리 과학계는 눈앞의 성과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 정부가 단기적 성과만을 바라본 만큼 정권교체를 외치는 대선주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산업·과학계 화두로 내걸고 표심몰이를 하고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제시 측면에서는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출연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두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독일·일본 등 앞서나가는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전문가들조차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장담하지 못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다음 대통령의 과학정책 기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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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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