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밀고 당기는 대화를 할 때 흔히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는 의미로 역지사지를 말하곤 한다. 이 말의 연원을 보면, 맹자 `이루 하편`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인데, 처지나 경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이다. 즉 입장을 바꾸어 헤아려보라는 셈이다.

이 4자 성어는 필자가 오래전 노조위원장을 할 때 사측으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이기도 한데 그 당시에는 그저 사측의 핑계로만 치부했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 현재의 업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수시로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말이다. 근로자로서 일할 때는 월급날이 아주 멀기만 하고 아무리 받아보았자 많게 생각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월급을 주는 입장이 되고 보니 월급날이 왜 그리 빨리 돌아오고 세금 내는 날만 있는 것인지 푸념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역지사지라는 말을 수시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아주 평이한 말이지만 누구나 실제 그 개념을 체험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노사관계에서 더욱 그러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 기업 내에서의 노사관계는 대립적일 때도 있지만, 오히려 협력적이어야 할 때가 더 많은 관계여야 한다. 생산율을 높이고 이윤을 극대화해야 전체 구성원에게 모두가 기대하는 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가령 노측에서 경영이야 사측의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회사의 사정은 알 바 없다는 입장으로 대립하게 된다면 그 회사는 더욱 경쟁력을 소실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사측에서 노조를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고 상호 이해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는 것도 기업운영에 득이 될 리가 없다. 결국 이 역지사지의 개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노사관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노사관계의 양측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실제는 쉽지만도 않다.

기업이 도산해 가는 상황인데도 그 난국을 노사가 한마음으로 해결해나가려고 하기보다, 노와 사가 극한대립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를 보는 것은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에서 그리 드문 것이 아니다. 또한 기업이나 노조 내부에서 세대 간이나 직종 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해 노사관계가 복잡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의에서 인용하여 더욱 유명해졌는데, 우리도 협력을 강조할 때 종종 `손자`에 나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을 인용한다.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사이이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노사관계는 이러한 동주공제의 관계이지 적대관계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새해 건배사로 동주공제를 외치기도 하는데, 우선 노사가 역지사지로의 상대와 마주한다면, 더욱 공생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노사문화가 진정으로 동주공제와 역지사지의 문화로 발전하여 국가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문중원 중원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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