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찬디가르는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인 르 꼬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공동 작업으로 1950년대에 만들어낸 미래도시이다. 물론 첨단의 건축기술과 양식을 입혀 탄생한 건물이 가득한 도시이지만 설계의 기본 바탕에서 이들이 가장 중시했던 것은 인도 고유의 문화와 삶의 방식이었다. 이들은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오랜 역사적 층위를 간직한 채 현재의 삶을 담아내면서 나날이 진화하는 장소이이면서 세계가 인정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우리의 고도 역시 삶의 질적 수준을 보장해 줄 미래도시가 되려면 그러한 가치에 기반을 두고 가꾸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경주, 공주, 부여, 익산 등 4개의 고도와 서울과 전주 등 일부 도시에서는 한옥을 지을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고도만의 역사적 자원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삶을 향상시켜주는 직접적인 동력이다. 이렇게 지은 집들이 겉모습만 한옥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 삶이 있는 고도에서 새로 짓는 집을 전통적인 고식 형태로 지어 과거의 삶을 강요하면서 전통 한옥이 지닌 불편한 요소를 모두 감내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오히려 전통적 삶과 현대의 주거문화를 동시에 입히는 것이 고도 전체를 지속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래야 지역공동체가 규제를 수용하고, 고도의 보존관리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고도가 지닌 풍부한 자원을 음미하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과거를 담은 미래를 만들어가면서도 삶의 질적 풍요를 보장해줄 미래도시가 바로 고도이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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