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비밀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초콜릿 등 단맛이 나는 음식을 선호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또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싱겁거나 짜다고 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미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단맛이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와 위험한 중독성, 왜 같은 음식인데도 어떤 사람은 역겨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는지,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에 대한 집착이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다.

미각은 삶을 즐거움으로 만들어 주지만, 맛에 대한 각 개인의 주관적 편향 때문에 더욱 더 특별하고 연구하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음식물의 화학적 구성 요소들은 빛과 소리처럼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양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각하는 감각은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사람도 있고, 아주 둔감한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음식의 맛은 문화나 지리적 차이,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의 저자는 이처럼 어려운 연구 대상인 미각을 현 세기의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 철학, 문학을 종합해 맛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를 풀어낸다. 또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탐사하면서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향미 개념과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우리의 미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 연구를 소개하며 유전자가 우리의 미각을 어떻게 빚어냈는지, 숨어 있는 맛 지각이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계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이 보내온 향미와 우리 몸의 대사 계들에서 보내온 신호를 어떻게 모아서 결합하는지 등에 대해 주목한다.

저자는 지구상에서 미각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체계적으로 먹이를 잡아먹기 시작한 단계 △냄새를 통해 먹이를 사냥하게 된 단계 △뇌의 신피질 발달로 맛이 뇌의 영역에서 감각과 기억과 행동 전략의 신경 패턴이 새로운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갱신되고 형성되게 만든 단계 △3색 시각의 등장으로 후각이 밀려나고 시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단계 △불을 사용해 조리를 함으로써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감각으로 합쳐지게 된 단계이다.

지구에서 맛이 출현할 기미가 최초로 나타난 시기는 초기의 생명체가 주변 세계를 감지하기 시작하고, 바닷물에 떠다니던 영양 물질의 냄새가 원시적인 신경계를 자극하던 무렵이었다.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이름 붙여진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캄브리아기 이전의 `먹는 것`이란 바다에서 영양 물질을 흡수하는 것이나 때로는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완전히 감싸는 방식을 의미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매운 고추를 먹을 때 뇌에서 무언가 황홀한 느낌이 폭발하듯 미각에 대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존 매퀘이드 지음·이충호 옮김/ 문학동네/ 380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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