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흔히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아무리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고 해도 의지와 노력으로 `이상`과 `현실`의 다름을 극복하고 `현실`에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남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그 다름이 장애가 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 굳은 신념에도 불구하고 `이상`만으로 `현실`의 장벽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좌절하기도 하고 꿈을 접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좌절로 인해 자신은 물론이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포기하고 좌절해서 발생하는 피해가 만약 남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통령 출마를 포기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출마포기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출마포기 이유는 생각한 것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정치권에 대한 이해부족과 협업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또한 항간에서 이야기되는 자금문제 일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실`이 반 전총장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정치는 `이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 만약 `이상`이 정치를 통해 `현실`에서 모두 실현될 수 있거나, 실현가능하다고 한다면, 아마도 우리 정치는 지금과 같은 국정농단의 상황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에도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가혹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정치에서 `현실`은 `현실`이고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상`이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에 불과하다. `이상`이 없는 정치는 희망이 없는 정치와 같다. 정치에 대한 정의는 너무도 다양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력을 바로 `이상`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상`은 바로 `현실`을 토대로 하여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들을 `이상`을 바탕으로 찾아가는 것이 `정치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정치에서 `이상`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서 직시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정치에서 `이상`과 `현실`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상`으로 `현실`이 변화돼야 하고, `현실`은 `이상`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것에만 너무 매달리다 보면 `이상`이 없는 `현실`에 안주해서 희망이 없는 미래를 만들 수도 있고, 이상적인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현실`을 도외시하게 되어 결국 실패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12월 대통령 선거보다는 앞선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기 대통령선거로 인해서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될 수 있을 지가 염려된다.

만약이라는 전제가 현실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만약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보다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만큼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다음 대통령만큼은 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이상`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차이를 좁혀가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그런 후보자를 구별할 수 있는 `이상`과 `현실`을 구별하는 혜안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