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임진왜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여인 논개.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 논개는 의로운 기생이자 순국의 아이콘으로 후손들의 기림을 받아왔다.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관기가 되고 결국 기생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한 논개의 나라에 대한 충성과 사랑에 대해 재구성한 소설이 나왔다.

`논개`의 저자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조선 중기 `부패한 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소설에 드러낸다. 향리, 벼슬아치, 국왕이 말로만 외쳐대는 충, 절, 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허황된 이념과 처절한 현실 사이의 모순을 극복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 유교 이념의 허상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백성들 사이에서 논개는 가슴속에 사랑을 품었기에 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포착해 낸다.

전라도 장수의 한미한 양반 가문 사람인 주달문과 밀양 박씨의 늦둥이로 태어난 논개. 여자로서는 특이한 사주로 태어나 그녀에게 주달문은 `논개(개를 낳다)`라는 독특한 이름을 지어주며 사랑을 듬뿍 주었다. 하지만 논개가 다섯 살 되던 해 주달문은 병사하고, 의지할 곳 없던 모녀는 숙부인 주달무에게 몸을 의탁한다.

집안의 망나니였던 주달무는 이웃 마을 세도가인 김풍헌에게 여섯 살의 조카를 민며느리로 몰래 팔고 달아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논개 모녀는 외가로 피신했지만 결국 장수 관아로 끌려가 재판을 받는다.

장수의 현감 최경회는 공평무사하게 재판해 논개 모녀를 무죄 방면하고 둘은 최경회의 배려로 관내에서 잔일을 하게 된다. 박씨는 최경회의 부인 김씨의 시중을 들고, 논개는 무자리로 고된 일상을 시작한다. 최경회의 부임지를 따라 옮겨 다니던 논개는 그의 반듯하고 따뜻한 성품에 남몰래 마음속에 사랑을 품는데….

대의를 위해 목숨을 던진 논개에게서 애국의 본모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장편소설 `논개`는 어떠한 이념보다도 더 큰 사랑의 힘을 알려준다. 사랑으로 가득한 논개의 일생은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김별아/ 해냄/ 372쪽/ 1만 38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